경면왕이 뭇 맹인들에게 코끼리를 만져보게 하고 코끼리가 어떻게 생겼는지 물었다. 다리를 만져 본 자가 말했다. “코끼리는 큰 나무통과 같습니다.” 꼬리 끝부분을 만져본 자가 말했다. “빗자루와 같습니다.” 꼬리의 뿌리부분을 만져본 자가 말했다. “지팡이와 같습니다.” 배를 만져본 자가 말했다. “북과 같습니다.” 옆구리를 만져본 자가 말했다. “벽과 같습니다.” 등을 만져본 자가 말했다. “높은 산등성이와 같습니다.” 머리 아래를 만져본 자가 말했다. “키(箕)와 같습니다.” 머리를 만져본 자가 말했다. “큰 덩어리 같습니다.” 어금니를 만져본 자가 말했다. “뿔과 같습니다.” 코를 잡았던 자는 “큰 새끼줄과 같습니다”라고 하고 모두가 틀리고 자신의 말이 옳다고 한다. 왕이 크게 웃으며 말한다. “보지 못하는 자들이여, 부질없이 싸우면서 자신이 깨달았다 말하고, 하나를 보고 나머지를 모두 틀렸다고 한다. 한 마리 코끼리로 옳고 그름을 다투며 서로 책망만 하는구나.”
널리 알려진 군맹무상(群盲撫象)이란 말은 이 이야기에서 비롯됩니다. 맹인들이 각자 말한 것이 틀린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전체를 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 본질을 정확하게 꿰뚫어 보지 못했습니다. 우리 또한 코끼리를 만진 맹인의 실수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는 작은 진실에 집착하기보다 흩어진 진실을 모두 합쳐 더 큰 진실을 볼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 한마디 속 한자 - 空(공) 비다, 헛되이, 허공, 하늘
▷ 架空(가공): 1. 어떤 시설물을 공중에 가설함. 2. 이유나 근거가 없이 꾸며 냄. 또는 사실이 아니고 거짓이나 상상으로 꾸며 냄.
▷ 卓上空論(탁상공론): 현실성이 없는 허황한 이론이나 논의.
송내고 교사 hmhyuk@hanmail.net
ⓒ 한국경제 & hankyu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