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강후약 '롤러코스터' 탄 우즈…그래도 '발톱'은 살아있었다!

입력 2016-12-02 17:55  

우즈 복귀전 '희망과 절망 사이'

히어로월드챌린지 1R 1오버파
전반 세 홀 연속 버디쇼 '포효'…후반엔 더블보기 두 방 '곤욕'

"어이없는 실수도 있었지만 아직까지 사흘이나 남아"



[ 이관우 기자 ] 미국과 유럽의 골프대항전인 라이더컵이 열린 지난 10월 초. 조던 스피스, 리키 파울러 등 12명의 미국 대표팀은 모두 같은 문구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깜짝 파티를 열었다. ‘타이거를 다시 위대하게(Make Tiger Great Again)’라는 문구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가 내세웠던 캐치프레이즈(Make America Great Again)를 패러디해 우즈의 부단장 선임을 축하해준 것이다. 동료들의 따뜻한 격려에 말문이 막힌 우즈는 “꼭 필드에 복귀해 우승경쟁을 하고 싶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타이거의 발톱 보았다

그가 돌아왔다. 지난해 8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윈덤챔피언십에서 마지막 스트로크를 한 지 466일 만이다. 팬들과 동료들의 기대처럼 ‘위대한 복귀’엔 이르진 못했지만 팬들은 “희망을 봤다”며 환호했다.

우즈는 1일(현지시간) 바하마 뉴 프로비던스의 알바니GC(파72·7302야드)에서 열린 히어로월드챌린지(총상금 350만달러) 대회 첫날 1오버파 73타를 쳤다. 버디 5개를 잡았지만 보기 2개, 더블보기 2개가 같이 터져나왔다. 출전자 18명 가운데 17위의 성적. 브라질 리우올림픽 남자골프 금메달리스트인 저스틴 로즈(2오버파)만이 우즈보다 순위가 낮았다.

‘희망과 절망’을 반반 섞어놓은 듯한 롤러코스터 경기에 팬들은 환호와 탄식을 동시에 쏟아냈다. 경기 초반은 전성기의 우즈가 돌아온 듯 완벽했다. 3번홀(파5)에서 탭인 버디로 예열을 시작한 우즈는 6번(파5), 7번(파4), 8번홀(파3)에서 세 홀 연속 버디쇼를 펼치며 ‘전설의 귀환’을 예고했다. 전반 8개홀에서 4언더파를 쳤다. J B 홈스, 맷 쿠차, 루이 우스트히즌 등 쟁쟁한 현역 챔프들과 나란히 공동선두로 치고 올라갔다. 4개의 버디를 모두 2m 안쪽에서 꽂아 넣었을 정도로 어프로치와 아이언이 날카로웠다. 전날 프로암에서 이글 두 방을 터뜨리며 “우승할 준비가 됐다”던 우즈였다.

준비를 많이 한 티가 역력했다. 근육을 키우는 대신 유연성과 지구력을 강화하는 달라진 방식으로 복귀를 준비했다. 자전거 페달을 하루 100㎞씩 밟았고, 틈나는 대로 걷고 뛰었다. 몸매가 홀쭉해졌고 얼굴의 턱선도 살아났다. 큰 몸동작이 줄어들고 길게 유지하던 코킹시간도 짧아졌다. 다운스윙도 가팔라졌다.

하지만 달라진 스윙이 그를 괴롭혔다. 공이 자꾸 왼쪽으로 당겨진 것이다. 하필 그곳마다 모래와 잡풀이 무성한 위험지역이었다. 9번(파5), 11번홀(파5) 보기는 물론 16번(파4), 18번홀(파4)에서 범한 더블보기가 공이 모두 왼쪽으로 향한 결과다. 평정심을 유지하려 애를 쓰던 우즈도 공을 워터해저드에 빠트린 18번홀에서 클럽을 땅에 내려치는 등 화를 삭이지 못했다.

◆우즈 “아직 3라운드나 남았다”

새 드라이버와 우드, 퍼터를 들고 나온 우즈는 이날 46%의 드라이버 정확도와 61%의 그린 적중률을 기록했다. 빼어나진 않았지만 무너진 것도 아닌 밋밋한 수준. 나상현 프로는 “달라진 환경 탓인지 아직 샷감이 완전하지 않아 보인다”며 “여러 개의 파를 세이브할 정도로 날카로워진 퍼트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궁합이 잘 안맞는 ‘동반자 징크스’가 작용했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 골프전문매체 골프닷컴에 따르면 우즈는 이날 동반자 리드와 지난해 경기할 때 대략 2.5오버파를 쳤다. 피닉스오픈 2라운드에서 11오버파란 참사를 냈을 때도 리드와 함께 경기했다.

우즈는 강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경기가 끝난 후 그는 “세 번의 잡풀과 한 번의 해저드가 오늘 내 경기를 상징한다”며 실망감을 나타냈다. 샷에 대한 자신감은 누그러지지 않았다.

우즈는 “경기감각이 나쁘지 않았고 아직 사흘이나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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