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와 오스트리아에서 4일(현지시간) 오전 유럽의 정치 지형을 바꿀 수 있는 투표가 시작된다.
마테오 렌치 총리가 주도하는 이탈리아 개헌 투표는 상하원에 동등한 권한을 부여한 현행 헌법을 고쳐 상원의원 수를 줄이고 중앙 정부의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렌치 총리는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고 행정 효율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이번 개헌 국민투표에 자신의 거취까지 연결지었다.
반면 이탈리아 포퓰리즘 정당인 오성운동 등 야당은 렌치 총리의 개헌 주장을 반대하면서 이번 국민투표를 렌치 정부에 대한 심판대로 삼아야 한다며 유권자들을 설득하고 있다.
지난달 18일 마지막 여론조사에서는 개헌 반대가 찬성을 5∼11%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도박사들도 부결 쪽으로 베팅하고 있다.
11%에 이르는 높은 실업률과 막대한 국가 부채, 유로존 악성 부채를 짊어진 은행 등 경제문제로 궁지에 몰린 렌치 총리는 개혁을 내세워 개헌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유권자들의 속내는 복잡하다.
개헌이 부결되면 이탈리아 정치는 극심한 혼란에 빠져들게 되고 오성운동 등 포퓰리즘 정당이 전면에 부각할 가능성이 크다.
오성운동은 유로화를 쓰는 유로존 탈퇴까지 주장하고 있어, 이탈리아가 브렉시트(영국의 EU탈퇴)에 이어 유럽연합(EU)을 뒤흔드는 뇌관이 될 수 있다.
오스트리아는 나치 부역자들이 세운 자유당 대선 후보 노르베르트 호퍼가 당선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나치의 망령'을 유럽에 다시 불러내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무소속으로 출마한 전 녹색당 당수 알렉산더 판 데어 벨렌은 호퍼를 반대하는 녹색당과 사민당, 국민당의 지지를 받고 있지만 여론조사에서 오차 범위 내로 근소하게 밀리고 있다.
호퍼 역시 반난민 정책, 외국인 차별, EU탈퇴 등을 주장해 유럽으로서는 이탈리아 개헌부결과 호퍼의 당선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맞을 수도 있다.
내년 4월 대선을 앞둔 프랑스도 집권 사회당 정부의 지지율이 바닥을 맴돌면서 극우와 보수의 대결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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