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 하나에 3개월 쏟아부어
[ 민지혜 기자 ] 수백년 된 명품 브랜드 사이에서 최근 주목 받는 신진 브랜드가 있다. 30여년의 짧은 역사를 지닌 이탈리아의 ‘헨리 베글린’(HENRY BEGUELIN)이다. 매장을 많이 낸 것도 아니고 가격이 저렴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뛰어난 품질과 장인정신은 으뜸이라는 입소문이 빠르게 퍼졌다. 휴 잭맨과 제니퍼 애니스톤, 케이티 홈즈, 올슨 자매 등 미국의 유명 연예인이 즐겨 찾는 브랜드로 알려지면서 마니아층이 생겨나고 있다.
색감 다른 고품질 가죽 가방
헨리 베글린을 대표하는 제품은 가죽 가방이다. 좋은 가죽 원단을 골라 천연 원료로 손으로 염색한다. 여러 번의 염색 끝에 원하는 색감이 나오면 말리면서 색의 변화를 관찰한다. 선별된 가죽을 손으로 잘라 가방의 모양을 만든 뒤 일일이 손으로 꿰맨다. 브랜드를 대표하는 오미노 캐릭터도 손으로 새겨넣는다. 마감 바느질까지 장인 한 명이 일일이 손으로 마친다. 이 과정이 3개월 걸린다.
가방 1개당 1명의 장인이 전담으로 책임지기 때문에 완성된 가방에는 ‘헨리 개런티카드’가 달린다. 어떤 가죽으로 어떻게 염색했는지 그 가방을 만든 장인이 사인을 한 품질 인증서를 부착하는 것이다. 또 인공적인 방법을 쓰지 않고 천연 염색한 가죽으로 질감이 살아 있는 가죽 제품이라는 점을 인증(펠레 개런티북)해주는 인증서도 함께 넣어준다. 기계로 염색하고 재단한 뒤 일부 공정만 수작업으로 하는 타 브랜드와 다른 점이다.
100% 수작업으로 제작하는 명품 브랜드에서도 1개 제품을 1명이 처음부터 끝까지 전담하진 않는다고 한다. 예컨대 염색 장인, 봉제 장인 등이 각각 제품의 일부 제작과정을 담당하는 식이다. 이 때문에 헨리 베글린을 선호하는 마니아층이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베스트셀러인 ‘버지니아 인트레치오’ 핸드백은 최고급 송아지 가죽을 일일이 엮어 만든 디자인이 특징이다. 자연스럽게 처지는 부드러움, 넉넉한 수납공간, 캐주얼하면서도 클래식한 디자인이 강점으로 꼽힌다. 스트랩이 달려 있기 때문에 크로스백, 토트백으로 활용할 수 있고 안에는 리넨 소재를 덧대 실용성을 높였다. 색상은 샌드, 퍼플그레이, 리첸, 카키, 블랙 등으로 나왔다. 가격은 사이즈별로 253만원(스몰), 303만원(미디엄), 313만원(라지) 등이다. 특히 헨리 베글린만의 독특한 색상인 리첸과 고급스러운 퍼플그레이, 매일 들기 좋은 샌드 색상의 인기가 높다.
“시간 지날수록 가치 느낄 것”
핸드백과 벨트 등 가죽제품을 제작하면서 시작한 헨리 베글린은 사실 디자이너가 만든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다. 이탈리아 비제바노에 있는 두 개의 공장에서 총 50여명의 장인이 가방과 신발, 소품류뿐 아니라 가구와 액세서리, 옷, 생활소품 등을 제작하고 있다.
헨리 베글린의 수석디자이너 겸 최고경영자(CEO)인 툴리오 마라니는 엘리오 피오루치와 발리그룹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 미국의 에스프리그룹과 여러 매장의 건축 작업에도 참여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했다. 지금도 이탈리아에서 그림을 전시하는 등 예술가로서 활동하고 있다. 그래서 헨리 베글린도 단순한 패션 브랜드가 아니라 라이프스타일 명품 브랜드로 키워나가겠다는 포부다. 그는 “패션은 문화”라며 “자연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유행을 타지 않는 자연친화적 제품을 만드는 게 브랜드 철학”이라고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가죽 색이 달라지듯 오래 두고 가치를 느낄 수 있는 제품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헨리 베글린을 대표하는 오미노 캐릭터는 아빠, 엄마, 아이의 모습을 수공예 스티치로 형상화한 것이다. 마음 따뜻해지는 가족의 의미처럼 장인정신으로 고품질의 제품을 제작하겠다는 뜻을 담았다. 모든 제품에 오미노 캐릭터가 담겨있는데 수작업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제각각 모양이 조금씩 다르다. 판에 박힌 듯한 제품과 다르다는 자부심의 표현이기도 하다.헨리 베글린은 이탈리아와 미국, 일본, 러시아 등에 30여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에는 서울 청담동 플래그십스토어,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과 무역센터점, 목동점, 판교점, 대구점, 신세계백화점 본점과 강남점, 센텀시티점 등에서 판매하고 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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