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일 싱글 매치플레이에서 주장 신지애, 5홀차 완승 '포문'
김민선·김해림·장수연도 승리…일본, 마지막 주자 무승부로 '체면'
유럽팀, 3·4위전서 호주 꺾어
[ 최진석 기자 ]
네 개 여자골프투어 국가대항전인 더퀸즈컵(총상금 1억엔·약 10억3000만원) 결승전이 열린 4일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 미요시CC(파72·6500야드). 장수연(22·롯데)과 맞붙은 일본팀 주장 류 리스코의 18번홀(파4) 세컨드 샷이 그린 앞 경사를 맞고 뒤로 굴러 내려와 워터해저드에 빠졌다. 류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이를 지켜 본 장수연은 침착하게 두 번째 샷을 날렸고 공은 핀 5m 거리에 멈춰 섰다. 17번홀까지 스퀘어(동점) 상황이던 두 선수의 팽팽한 균형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류는 보기를 범했고 파를 기록한 장수연이 승리를 따냈다.
한국팀은 장수연의 승리로 승점 8점(1승에 2점)을 챙기며 잔여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더퀀즈컵 우승을 결정지었다. 이날 한국팀은 남은 경기마저 쓸어 담으며 7승1무승부, 13-1로 압승하며 1년 전 패배를 설욕했다.
◆기선 제압해 일방적 승리
압도적인 승리였다. 주장 신지애(28·스리본드)가 첫 주자로 나서 베테랑 오야마 시호(37)를 꺾었다. 승부는 일찌감치 결정났다. 신지애는 14번홀까지 5홀 차로 승리해 남은 네 개 홀을 돌지 않고 경기를 끝냈다. 양팀의 맏언니 대결에서 신지애는 11번, 12번, 13번, 14번홀 연속 버디를 잡았다. 신지애의 중거리 버디 퍼트가 연이어 컵에 떨어지자 오야마는 ‘못 당하겠다’는 표정으로 쓴웃음을 짓기도 했다.
두 번째 주자로 나선 김민선(21·CJ오쇼핑)은 ‘젊은피’ 대결에서 압승했다. 스즈키 아이(22)를 맞아 김민선은 비거리와 정확도에서 앞서며 15번홀에서 4홀 차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세 번째 주자인 김해림(27·롯데)이 시모카와 메구미(33)를 상대로 16번홀에서 3홀을 앞서며 승점 2점을 보탠 데 이어 장수연까지 승전고를 울리자 한국은 우승을 확정지었다.
장수연의 승리는 극적이었다. 140야드짜리 16번홀(파3)에서 장수연의 티샷이 그린 옆 경사를 맞고 언덕 아래로 굴러 내려갔다. 이에 비해 류는 핀 4m 옆에 공을 붙였다. 여기서 반전이 일어났다. 장수연이 우드를 잡고 친 공이 언덕을 타고 올라가 핀 옆 80㎝에 붙인 것이다. 기적 같은 샷에 당황한 류는 버디 퍼팅에 실패했다. 작년과 올해까지 이 대회에서 5전5승을 올린 류는 18번홀에서 실수를 범하며 스스로 무너졌다.
◆“장어 먹고 힘냈다”
더퀸즈컵은 싱글매치 8경기에서 승점이 같으면 전날까지 승점이 앞선 팀이 우승한다는 대회 규정이 있다. 장수연의 승리로 이미 우승은 한국팀으로 결정됐다. 이후에도 한국 선수들은 고진영(21·넵스)과 조정민(22·문영그룹), 배선우(22·삼천리)가 차례로 승리해 완승 지도를 그렸다. 일본은 마지막 주자 호리 고토네(20)가 이승현(25·NH투자증권)을 상대로 무승부를 이끌어내 전패를 면한 게 유일한 위안이었다.
전날까지 이틀 동안 포볼과 포섬 경기에서 승점 12점을 쌓은 한국은 승점 11점인 일본과 우승 트로피를 놓고 대결했다. 첫날 부진했던 한국은 둘째 날 포섬 경기에서 전승하며 흐름을 바꿨고 결승전에서도 일방적인 경기를 했다. 더퀸즈컵으로 이름이 바뀐 뒤 작년에 열린 첫 대회에서 3점 차로 일본에 우승을 내줬던 한국은 1년 만에 설욕했다. 이 대회의 모태가 된 한·일 대항전에서는 지난 12년 동안 7승3패2무승부로 앞서나갔다. 올해 우승 일등공신은 주장 신지애였다. 신지애는 우승 직후 “전날 선수들 힘내라고 장어 회식을 했다”며 “선수들 모두 실력이 우수하고 분위기도 좋아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경기를 하면서 우승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3·4위전에서는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LET)가 호주여자프로골프투어에 승리, 3위에 올랐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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