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병훈 기자 ]
대형서점과 출판사가 협약을 맺어 특정 인기 서적을 표지갈이 등으로 새롭게 한 뒤 해당 서점에서만 판매하는 ‘리커버 독점판매’ 열풍이 불고 있다. 예스24, 교보문고, 알라딘 등 3개 대형서점에서 지난 4월 이후 모두 15종 32권의 리커버 독점판매 상품이 나왔다. 서점은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효과를 누리고, 출판사는 서점의 집중 마케팅 지원을 받을 수 있어 이 같은 판매 방식은 앞으로 더 확대될 전망이다.
4일 서점가에 따르면 예스24는 지난달 ‘리멤버북’이라는 이름으로 5종 11권의 리커버 독점판매 상품을 내놨다. 국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외국 작가 중 한 명인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전5권)에 새 표지를 입혀 출시했다. 겨울에 어울리는 책 《크리스마스 캐럴》 《크리스마스 선물》 《성냥팔이 소녀》 등 3권을 리커버해 ‘메리 메르헨 겨울 동화 한정판 세트’라는 이름으로 내놓기도 했다.
교보문고는 지난 4월 ‘리-커버:K’라는 이름으로 국내 서점 가운데 리커버 독점판매 사업을 처음 시작했다. 민음사의 세계문학전집 가운데 《셰익스피어 4대 비극》 등을 재출간한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문학동네(7월), 펭귄클래식코리아(9월), 열린책들(11월) 등의 책 14권을 재출간했다. 알라딘은 ‘본투리드’라는 타이틀을 걸고 리커버 독점판매를 하고 있다. 알라딘에서 이렇게 나온 책은 9월부터 11월까지 6종 7권이다.
이들 리커버 독점판매 책은 지금까지 모두 한정판으로 나왔다. 찍는 수량은 책당 1000~3000권 선이다. 지난달 나온 책을 제외하고 대부분 품절될 정도로 독자의 호응이 크다. 알라딘이 황금가지와 협력해 낸 《이갈리아의 딸들》 리커버 특별판은 지난달 3000부를 초판 인쇄해 모두 판 뒤 2000부를 더 찍어 매진됐다. 박하영 알라딘 도서1팀장은 “소비자가 한정수량에 흥미를 느끼기 쉽고 한정판이 다 팔려도 원판 판매량까지 오르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대형서점은 이 같은 리커버 독점판매에 대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박정남 교보문고 구매팀 과장은 “개정 도서정가제가 시행되면서 세계문학 부문 판매량이 크게 떨어져 이를 만회하기 위해 리커버 독점판매를 시작했다”며 “기존 세계문학전집은 표지가 단조로웠는데 이를 세련되게 제작해 젊은 층을 중심으로 호응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선영 예스24 도서1팀장은 “‘메리 메르헨 겨울 동화 한정판 세트’ 등 시즌에 맞는 상품을 선물용으로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출판사는 특정 대형서점과 독점공급 계약을 맺음으로써 서점의 집중 홍보 지원을 받는 효과를 누리고 있다. 각 대형서점은 홈페이지에 리커버 독점판매 상품 판촉을 위한 별도 페이지를 개설했다. 일부 책은 서점이 리커버 디자인 비용을 부담했다. 이시윤 민음사 홍보팀장은 “어차피 한정 수량으로 찍기 때문에 여러 서점에 풀어놓을 필요성이 떨어진다”며 “특정 서점에 독점 공급하면 프로모션 집중도가 올라가는 이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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