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민족 월 주문량 신기록 행진
신선식품·편의점 배송 급증
1만원대 셰프 요리 배달 인기
어릴적 부엌 냉장고 문엔 자석으로 된 중국집 치킨집 메뉴판이 빼곡히 붙어있었다. 주말 오후 어쩌다 음식을 시켜먹기로 하면 비슷한 메뉴들 사이에서 무엇을 먹을지 한참 고민했다. 공짜 치킨, 탕수육을 얻기 위해 쿠폰 수를 세는 것도 잊지 않았다.
요즘 냉장고 문엔 '닭 모양' 자석이 사라졌다. 이따금 현관문에 붙어 있긴 하지만 예전처럼 따로 모으지는 않는다. 그 많던 배달음식 메뉴판과 쿠폰은 어디로 갔을까.
◆12조 배달음식 시장…앱 비중 확대
국내 음식배달 앱(응용프로그램) 시장의 성장세가 식을 줄을 모르고 있다. 업계에선 국내 배달음식 시장 규모를 올해 기준 약 12조원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이 중 스마트폰 앱 등을 통한 온라인 거래 비중은 20%를 넘어섰을 것이란 분석이다.
종이 메뉴판과 전단지를 대체한 배달 앱은 간편한 주문과 결제 방식, 폭넓은 메뉴 등을 앞세워 사람들의 일상에 빠르게 자리잡았다.
온라인으로 음식을 시켜먹는 문화가 대중화되면서 배달앱 운영사도 콧노래를 부르고 있다. 배달음식 주문 앱 업계 1위 '배달의민족'은 올 들어 월 주문량 신기록을 잇따라 갈아치우고 있다. 지난달 주문량은 전년 동월보다 60% 늘어난 920만건으로 역대 최고 기록을 새로 썼다. 2위 '요기요'의 상반기 주문량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17% 급증했다.
배달앱 서비스도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기존 배달 음식점과 이용자를 중개해주는 음식 주문 플랫폼이 1세대였다면, 배달이 안 되는 맛집에서 음식을 가져와 전해주는 배달 대행 서비스가 2세대다. 배달 대행 서비스 '배민라이더스'는 지난달 주문량이 전년 동월 대비 4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푸드플라이'의 매출도 2배 뛰었다.
최근엔 '배달 음식'의 영역을 파괴한 음식을 더 신선한 상태로 배달하려는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다.
◆'새벽배송' 신선식품 인기…편의점 주문 20배↑
삼시세끼 식사만 시켜 먹는 것은 아니다. 식후 디저트와 간식도 문앞까지 배달된다.
최근엔 빵 과일 쥬스 샐러드 같은 신선식품의 주문이 급증했다. 집에서 최소한의 조리만 하면 음식이 완성되도록 손질된 재료와 레시피를 배송해주는 반조리 제품도 인기다. 신석식품 제품 배송 서비스인 '배민프레시'는 지난달 주문 건수가 전년 동월보다 6배 증가했다. 이들 제품은 신선도가 중요한 만큼 매일 새벽배송을 원칙으로 한다.
편의점 상품도 단골 배달 품목이다. 편의점 CU와 제휴를 맺고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배달 대행 앱 '부탁해'는 지난달 편의점 주문량이 작년 같은달보다 20배 넘게 뛰었다. 같은 기간 앱내 음식 주문 증가율(65%)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성장세다.
부탁해를 운영하고 있는 메쉬코리아 관계자는 "1인가구 증가 등 라이프스타일이 변화하면서 음식 배달뿐 아니라 생수, 라면, 휴지 등 생필품을 받아볼 수 있는 편의점 배송 서비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내방에서 펼치는 1인 미식회
미트 라구소스와 야채로 만든 그리스식 라자냐. 깻잎을 곁들인 돼지안심 찹쌀구이와 아마씨드밥.
중국음식과 치킨, 피자가 주를 이뤘던 배달 메뉴의 영역이 무너진 건 오래 전이다. 고급 레스토랑 메뉴판에서 볼 수 있었던 요리를 집이나 사무실에서 간편하게 즐길 수 있다. 배달 앱 운영사들이 배달 음식의 다양화·프리미엄화를 선언하며 고급 레스토랑과 셰프 모시기에 나선 덕분이다.
푸드플라이는 지난 7월 유명 셰프의 요리를 배달해주는 서비스 '셰플리'를 출시했다.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 출신인 조계형 셰프를 포함해 청담동, 서래마을 등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는 셰프들이 다수 참여하고 있다. 이들 셰프의 기존 메뉴는 물론 셰프와 푸드플라이가 함께 개발한 새 메뉴를 1만원 안팎의 가격으로 배달시켜 먹을 수 있는 게 특징이다. 푸드플라이의 배송 인프라와 공동 주방을 이용하기 때문에 가격 문턱을 낮출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셰플리는 출시 한 달만인 지난 8월부터 푸드플라이의 기존 가맹점들을 제치고 매달 가장 많은 주문량을 기록하고 있다. 최근 3개월간 월평균 59% 매출이 성장하고 있다.
푸드플라이 관계자는 "셰플리는 오프라인 레스토랑 음식 가격의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임대료와 인건비 등을 최소화했다"며 "공장에서 찍어낸 듯한 배달 음식이 아닌 유명 셰프들의 개성있는 메뉴를 저렴하게 제공하면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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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진 한경닷컴 기자 hotimp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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