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우려되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과거 청문회나 국정감사를 상기할 때 이번 국정조사도 ‘최순실 국조’가 아닌 ‘기업인 국조’로 변질될 소지가 다분하다는 점이다. TV 앞에 서면 윽박지르고 호통치고 망신주는 게 본분인 줄 아는 의원들이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하지만 기업인 대다수가 이미 검찰조사를 받았고 공소장에도 ‘피해자’로 적시돼 있다. 이번 청문회도 “네가 네 죄를 알렸다”식의 원님재판으로 흐른다면 의원들은 자신의 수준을 만천하에 드러내고, 진상 규명을 오히려 방해하는 꼴이 되고 말 것이다.
청문회라 해도 가릴 게 있고 피할 게 있다. 제기된 의혹과 무관한 기업의 경영전략이나 기밀자료까지 무작정 까발리는 것은 해당 기업은 물론 국익에도 전혀 득이 될 게 없다. 그렇지 않아도 투자나 인사까지 올스톱이다. 해외 경쟁 기업들만 웃게 될 것이다. 오죽하면 외신들조차 ‘경제심리 악화’(파이낸셜타임스), ‘한국 기업의 브랜드 신뢰도 손상’(월스트리트저널)을 걱정할 정도다. 청문회 수준도 국격(國格)이다.
청문회는 문자 그대로 묻고 듣는 자리다. 이번 만큼은 의원들의 고성(高聲)이 아니라 기업인들의 얘기를 차분하게 듣고 진실 규명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국민이 바라는 것은 진실이지 이참에 한번 뜨고 싶은 정치인의 쇼맨십이 아니다. 차제에 정권이 기업을 겁박해 강제 모금하는 악습을 확실히 끊어야 한다. 기업들도 돈은 돈대로 뜯기고 욕은 욕대로 먹지 않도록 자중자애해야 할 것이다. 이런 청문회는 이번이 마지막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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