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보기 6개에 발목 잡혔지만 버디만 24개 출전선수 중 '최다'
[ 이관우 기자 ] ‘타이거가 부정론자들을 잠재웠다!’(ESPN)
‘우즈는 스스로를 칭찬해야 한다!’(골프매거진)
18명 중 15등. 성적만 놓고 보면 떠들썩한 복귀 과정에 비해 실망스러운 일일 수 있다. 하지만 대다수 골프매체는 우즈의 복귀전 성적에 합격점을 주는 분위기다. 골프 팬들은 부상 없이 대회를 마친 전설의 무사귀환 자체에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타이거 우즈(41·미국)가 15개월 만에 치른 복귀전에서 최종합계 4언더파 284타를 적어내 전체 출전 선수 18명 가운데 15위에 올랐다. 5일(한국시간) 바하마 뉴프로비던스의 알바니GC(파72·7302야드)에서 끝난 히어로월드챌린지(총상금 350만달러)에서다. 우즈는 지난해 8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윈덤챔피언십 이후 허리와 등 부상으로 대회에 출전하지 못했다. 그동안 두 번의 수술과 고통스러운 재활 훈련을 거친 그는 “우승할 준비가 돼 있다”며 이번 대회를 통해 PGA투어에 복귀했다.
우즈는 대회가 끝난 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대회를 준비해준 여러분과 지켜봐준 모든 이에게 감사하다. 다시 경쟁할 수 있게 된 것에 만족한다”며 복귀를 성공작으로 평했다. 침대에 스스로 오르지도 못하고 은퇴를 심각하게 고민했을 만큼 육체가 망가졌던 우즈다.
숫자만 보면 가능성과 우려를 동시에 던져준 복귀전이었다. 1라운드 초반은 ‘황제의 귀환’을 연상케 했다. 세 홀 연속 버디를 잡아내는 등 전반 8개홀에서만 4타를 줄여내며 한때 공동 선두로 나섰다. 하지만 왼쪽으로 자꾸만 당겨지는 드라이버 티샷이 발목을 잡았다. 후반에만 더블 보기 2개가 터져나온 탓에 1오버파 17위로 출발을 알렸다.
2라운드는 그야말로 타이거의 포효였다. 보기 없이 버디만 7개를 몰아치는 ‘버디 쇼’를 선보이며 단숨에 공동 9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전성기의 우즈를 방불케 하는 완벽한 라운드였다. 드라이버, 아이언, 웨지, 퍼트 4박자가 모두 척척 맞아떨어졌다. 전성기 시절 자주 연출하던 특유의 ‘주먹 세리머니’도 이때 나왔다.
3라운드에서도 2타를 덜어내며 마지막 라운드의 기대를 높였다. 하지만 체력이 받쳐줘야 하는 4라운드가 벽으로 작용했다. 나흘 동안의 라운드 중 가장 많은 더블 보기 3개가 이때 나왔다. 5개의 버디도 빛을 발하지 못하고 4오버파를 적어내고 말았다. 왼쪽에 긴 워터해저드가 있는 18번홀(파4)이 악몽이 됐다. 이 홀에서만 6타를 잃었다.
현지 언론과 전문가들은 ‘희망’에 초점을 맞추는 분위기다. 샷감이 무르익지 않았고 거센 바람이 부는 악조건 속에서도 우즈는 나흘 동안 24개의 버디를 쓸어담았다. 18명의 출전 선수 중 가장 많은 버디를 기록했다. 특유의 고감도 아이언샷과 퍼트감이 살아났다. 우즈는 경기 후 “이런 순간이 오기를 기다려왔고 다시 골프를 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할 뿐”이라며 “내년도 모든 대회에 출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골프매거진은 “스스로 칭찬할 만한 복귀전이었다. 하지만 진짜 도전은 이제부터”라고 평가했다. 이벤트 대회가 아니라 세계 각국 강호와 젊은 실력파가 모두 모이는 정규대회에서 그의 부활이 일회용이 아니었음을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는 얘기다.
마쓰야마 히데키는 나흘 동안 18언더파를 몰아쳐 PGA 통산 4승째를 수확하며 우승 상금 100만달러(약 11억7000만원)를 챙겼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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