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혼골대회 144명 '만석'
혼자서도 즐기는 골프문화 전도
유소년 골프영재 돕기도 '한몫'
메달리스트·신페리오 1위 등
수상자들 프로 뺨치는 실력
"혼골 필수용품 시장 커질 것"
거리측정기 등 판매부스 '북적'
[ 최진석 기자 ]
“혼자 와도 즐겁게 칠 수 있으니 너무 좋네요.”
충북 충주시 킹스데일GC(파72·5946야드)에서 5일 열린 한경 아마추어 자선골프챔피언십(한경자선골프챔피언십)에 참가한 김정현 씨(42)는 “막상 친구들과 함께 골프를 치려 해도 4명 모으기가 쉽지 않고 항상 모이는 사람과 치면 흥미도 떨어진다”며 “이렇게 혼자서도 새로운 사람과 골프를 즐길 수 있는 대회가 열려 반갑다”고 말했다.
◆국내 첫 혼골대회 ‘북적’
이번 대회는 국내에서 처음 시도되는 ‘나홀로 골프족’ 골프대회다. 요즘말로 ‘혼골대회’인 셈이다. 4인 한 팀을 채워야만 골프장에 갈 수 있는 틀을 깬 것이 특징이다. 혼자서도 언제 어디서든 골프를 칠 수 있는 골프문화를 조성하고 골프 영재도 돕자는 게 기본 취지다. 모르는 사람끼리 골프장에서 만나 라운딩하는 미국식 ‘조인 골프’가 대회의 토대다.
국내 아마추어 골퍼에겐 낯선 대회임에도 호응이 뜨거웠다. 선착순 144명 모집 인원은 일찌감치 마감됐다. 주최 측에는 대회 전날까지 “취소된 자리가 없느냐” “추가 등록을 하고 싶다”는 문의전화가 이어졌다. 서울 목동에서 온 권찬일 씨(38)는 “대회 취지가 좋고 참가비(13만원·캐디피 별도)도 저렴해 소개 기사를 보자마자 신청했다”며 “낯선 사람과 치고 싶어서 일부러 지인들에게 말하지 않았다”고 귀띔했다. 경기 고양시 일산에서 온 박미정 씨(39)는 “친구와 단둘만 골프를 좋아해 필드에 나오기 어려웠다”며 “이 대회는 두 명이 와도 다른 두 명과 합류하기 때문에 부담이 없다”고 만족해했다.
참가자들은 이날 겨울답지 않은 온화한 날씨 속에서 골프를 즐겼다. 박효열 킹스데일GC 본부장은 “아침 기온이 영상 5도로 높고, 비가 새벽에 내린 뒤 그친 덕에 잔디 상태도 좋아 골퍼들이 경기하기에 최상의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18홀 경기를 모두 마친 뒤 만난 박찬영 씨(52)는 “한 조를 이룬 사람들과 처음 만났지만 3~4개홀을 돌면서 서로 ‘굿샷’을 불러주니 금방 친해졌다”며 “다음 대회에도 함께 참가하고 싶다”고 말했다.
◆전시+골프 ‘하이브리드’ 골프대회
이날 대회장에서 거리측정기 등 다양한 골프용품을 판매하는 부스도 사람들로 북적였다. 나홀로 골프족이 관심을 가장 많이 보인 건 거리측정기다. 대전에서 온 이진우 씨(56)는 “주변에 캐디 없이 라운딩할 수 있는 골프장이 늘어나고 있는데 가장 어려움을 겪는 부분이 거리 계산”이라며 “거리측정기가 있으면 캐디의 빈자리를 느끼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니콘 거리측정기를 판매하는 김창진 디지털청풍 대표는 “최근 들어 거리측정기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며 “혼골 문화가 확산될수록 이와 관련된 골프용품 시장도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건강 인솔(깔창) 브랜드인 리쿠아케어와 골프웨어 브랜드 빅토리어스 등 국내 중소기업의 판로 확대를 위한 부스도 마련됐다. 덴마크 브랜드인 리쿠아케어는 깔창 내부에 젤을 넣어 신체 하중을 고르게 분산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이 제품을 국내에 수입 판매하는 윤진수 산티아고앤 대표는 “골프장 18개홀을 카트 없이 걸으면 7㎞가량 된다”며 “발에 주는 부담을 최소화해 피로도를 줄이는 데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대회를 준비한 맨날골프의 박수철 대표는 “한국 골프 문화도 기존의 접대 중심에서 가족과 친구, 연인이 즐기는 생활 골프로 바뀌어야 한다”며 “앞으로 직장인이나 연인, 친구끼리 참가하는 대회 등 다양한 주제로 혼골대회를 열 것”이라고 말했다.
신페리오와 스트로크 방식을 혼합해 열린 이날 대회에서 2언더파를 친 김경태 씨가 메달리스트상을 받았으며 장현민 씨와 이은하 씨가 신페리오 방식 남녀부에서 각각 우승을 차지했다.
충주=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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