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미디어·통신분야가 주도
내년 유럽 매물 크게 늘어
한국 기업들엔 '쇼핑' 기회
[ 정소람 기자 ] “내년 한국 인수합병(M&A) 시장은 TMT(기술·미디어·통신) 분야 주도로 성장할 겁니다. 1분기에는 올해 동기 대비 14% 증가할 전망입니다.”
세계 1위 M&A플랫폼 서비스 업체인 인트라링크스의 필립 휘첼로 글로벌 부사장(사진)은 5일 한국경제신문 기자와 만나 “한국에서 벌어지는 정치적 악재는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이같이 말했다.
인트라링크스는 기업 간 M&A를 위한 온라인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다. 세계 9만여개 기업이 이용하고 있다. 약 30조달러의 M&A 거래가 이 회사 플랫폼을 통해 이뤄졌다. 휘첼로 부사장은 “기업들이 비공개 M&A를 할 때 제한적이나마 자료 열람, 실사 등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서비스”라며 “보안은 유지되지만 거래 업종이나 건수를 파악할 수 있어 관련 동향 예측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분기마다 세계 각 지역과 산업별 M&A 활동을 전망하는 보고서인 ‘인트라링크스 딜 플로 프리딕터’를 발표하고 있다. 이달 초 내년 1분기 판을 발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 1분기 국내 M&A(국내 기업 간 거래 및 해외 기업의 국내 기업 인수) 건수는 올해 동기 대비 14% 증가할 전망이다. 같은 기간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전체 M&A는 9%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휘첼로 부사장은 “한국은 아시아 지역에서 산업 경쟁력이 있는 편”이라며 “M&A 대상을 찾기에 매력적인 시장이라고 보는 해외 투자자가 많다”고 말했다.
산업별로는 ‘TMT’로 대표되는 기술·미디어·통신 분야 M&A가 가장 활발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한국을 포함한 아·태 지역에서 TMT 분야 초기 M&A 활동이 전년 동기 대비 115%가량 증가했다”며 “이 분야 기술 경쟁력이 뛰어난 한국 기업에 대한 M&A 수요가 상당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한국의 정치 불안이 이슈가 되고 있지만 대외 신인도에 장기적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며 “노동생산성 향상이나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 등에 정부 의지가 있는 점도 해외 기업들이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적으로도 내년에 기업 M&A가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휘첼로 부사장은 “올해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으로 M&A가 크게 줄었지만 3분기부터 투자심리가 개선돼 거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며 “유럽은 내년에도 양적 완화와 저금리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M&A 거래가 봇물을 이룰 것”이라고 했다.
특히 내실 있는 제조업 분야 중견기업이 매물로 많이 나올 것으로 예상돼 국내 기업들에도 좋은 ‘쇼핑’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영국 유명 회계법인 딜로이트&투시 등을 거친 투자은행(IB) 전문가인 휘첼로 부사장은 2010년부터 인트라링크스에서 전략 및 마케팅을 총괄하고 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
ⓒ 한국경제 & hankyu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