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핵' 공격당한 오버워치, 게임왕좌 흔들

입력 2016-12-05 20:00  

인터넷서 4만~5만원
'자동조준' 프로그램 깔면
초보자도 쉽게 고수 이겨
게임 즐기는 재미 반감

PC방 점유율 10% 이상 하락
개발사 대응책 '골머리'



[ 유하늘 기자 ] 블리자드의 총싸움 게임 ‘오버워치’ 이용자들이 게임을 떠나고 있다. 게임 진행을 도와주는 불법 프로그램인 ‘핵(hack)’이 성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핵을 쓰면 초보자도 고수를 쉽게 꺾을 수 있어 재미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블리자드도 뾰족한 대책이 없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오버워치는 지난 5월 국내에 출시되자마자 돌풍을 일으켰다. 당시 203주 연속 PC방 점유율 1위를 기록한 라이엇게임즈의 ‘리그오브레전드(LOL)’를 제치고 출시 한 달 만에 온라인 게임 왕좌를 차지했다. 게임을 즐기기 위해 새 컴퓨터를 구입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전자기기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었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다. 지난 10월에는 세계 이용자 2000만명을 돌파했다.

하지만 알아서 상대를 겨눠주는 ‘자동 조준 핵’이 나오면서 인기가 한풀 꺾였다. 핵은 게임 내에서 상대방 위치·상태 등 숨겨진 정보를 보여주거나 진행을 도와주는 불법 프로그램이다. 접근 허가를 받지 않은 정보에 침투하는 행위를 뜻하는 ‘해킹’에서 유래한 단어다.

조준 핵을 이용하면 실력 차이와 관계없이 게임에서 이길 수 있어 다른 이용자들의 흥미를 반감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오버워치 이용자는 “게임을 하다 보면 핵을 사용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사용자가 자주 눈에 띈다”며 “가끔은 정상적으로 게임을 즐기기 힘든 수준”이라고 하소연했다. 조준 핵은 포털사이트 등에서 검색하면 4만~5만원가량에 구매할 수 있다.

이용자들의 불만이 쌓이면서 PC방 점유율도 하락하는 추세다. 오버워치 PC방 점유율은 지난달 27일 기준 20.31%로 6개월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날 LOL 점유율은 29.77%였다. 오버워치는 9월 초까지만 해도 압도적인 1위였지만 조준 핵 등이 논란이 되면서 지금은 LOL과 선두를 놓고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하지만 블리자드 측에선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블리자드 관계자는 “두 번 적발 시 계정을 영구정지하는 등 핵 사용을 엄격하게 단속하고 있다”면서도 “핵을 완전히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게임사가 감시망을 쳐 놔도 핵 개발자들은 이를 무력화시키는 새 프로그램을 계속 내놓기 때문이다.

다른 게임들도 핵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역할수행게임(RPG)인 ‘리니지’는 자동 사냥 프로그램, 축구 게임인 ‘피파온라인’은 선수 능력치를 조작할 수 있는 불법 프로그램이 나와 곤욕을 겪고 있다. 지난해에는 넥슨의 총싸움 게임 ‘서든어택’용 불법 핵을 판매한 일당 20명이 검거되기도 했다.

게임사들의 고민이 깊어지자 국회에서도 대책을 내놨다. 이동섭 국민의당 의원 등이 발의한 게임산업진흥법 일부 개정안이 지난 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내년 6월부터 게임 관련 불법 프로그램을 만들거나 유통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게임업계에서는 이번 법 개정으로 핵 이용자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하늘 기자 sky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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