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인설 기자 ]
롯데가 그룹의 3대 사업 거점 국가인 한국 중국 일본에서 궁지에 몰렸다. 한국에서 터진 악재가 빌미가 돼 중국 일본에서도 연쇄적인 어려움에 처했기 때문이다. 동시다발적 악재로 회복하기 힘든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이 위기의 진원지다. 롯데는 작년 7월 경영권 분쟁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이어 지난 6월에는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먼지털기식 검찰 수사를 받았다. 이 수사가 끝나자마자 ‘최순실 게이트’ 여파로 지난달 24일 또 압수수색을 받았다. 올 들어서만 12번째였다. 신동빈 회장이 지난 3월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한 뒤 월드타워점 면세점 사업권을 다시 취득할 기회를 얻게 됐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때문에 신 회장은 6일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 출석한다. 청문회가 끝나면 곧바로 특검 수사가 기다리고 있다. 롯데는 특검 정국 속에서 오는 17일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 심사 결과를 받아들게 된다. 월드타워점 면세점 사업권 회복 여부가 가려지는 날이다.
오너 일가들의 재판도 기다리고 있다. 지난 10월 횡령과 배임 혐의로 기소된 신 회장과 최고경영자(CEO)들은 향후 최소 1년 이상 재판을 받을 전망이다.
중국에선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발 악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당국은 지난달 29일 롯데그룹 중국법인에 대해 전방위 조사를 시작했다. 중국에 진출한 롯데 계열사의 모든 사업장에 대해 세무조사와 소방 및 위생, 안전 점검을 하고 있다. 앞서 지난 10월 중국당국은 저가 단체여행을 중심으로 중국인 관광객(유커)을 줄이라는 지침을 전달했다. 지난달엔 중국 내에서 한류 방송이나 광고를 틀지 못하도록 했다는 방침도 알려졌다. 이로 인해 유커 의존도가 높은 롯데면세점과 롯데백화점은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도 있다. 롯데면세점의 작년 매출 중 60% 이상이 유커로부터 나왔다.
일본에선 경영권 분쟁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신 회장이 롯데의 ‘원 리더’로서 입지를 구축하고 있지만 한·일 롯데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일본 롯데홀딩스 경영권이 어디로 갈지 모른다. 신 회장은 지난 10월 검찰 수사가 끝난 뒤 롯데홀딩스 이사회에서 대표이사로 재승인받았지만 한국 내 검찰 수사와 재판 결과에 따라 상황이 바뀔 가능성이 있다. 대법원 최종심까지 무죄 추정의 원칙이 적용되는 한국과 달리 일본에선 검찰 기소나 1심 유죄 선고만 있어도 등기이사에서 물러나야 할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 여부에 관계없이 각종 악재로 인해 ‘반(反)롯데’ 정서가 확산되면 롯데가 국내외에서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
ⓒ 한국경제 & hankyu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