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보다 금감원이 무서운 보험사들

입력 2016-12-06 17:32   수정 2016-12-07 05:01

현장에서

교보 "자살보험금 일부 지급"
금감원, 전액지급 입장 고수
업계 "기업에만 책임전가"



[ 박신영 기자 ] 생명보험사들은 결국 대법원 판결보다 감독당국의 중징계 방침을 더 무겁게 받아들였다. 교보생명이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 중 일부를 지급하겠다는 뜻을 금융감독원에 전달한 것으로 6일 알려졌다. 대법원이 지난 9월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은 지급할 필요가 없다고 했지만 ‘판결에 상관없이 보험금을 지급하라’는 금감원의 직·간접적인 압박을 견디지 못한 모습이다.

금감원은 교보생명이 일부 지급하겠다는 의사에도 전액 지급해야 한다는 방침에 변화가 없다.

보험업계에선 교보생명뿐 아니라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등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보험사들이 금감원의 압박을 더 이상 버티기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인허가 취소(법인), 해임 권고(대표이사)’ 수준의 중징계를 할 수도 있다는 예고통보를 금감원으로부터 받았기 때문이다.

앞서 대법원은 자살보험금 지급 논란과 관련해 올 5월과 9월 두 차례 판결을 통해 “약관대로 보험금을 지급하되 소멸시효 2년(2015년 3월 이후 3년)이 지났으면 보험금을 주지 않아도 된다”고 밝혔다. 종신보험 등의 일반사망보험과 재해사망특약에 가입한 사람이 자살했을 경우 해당하는 일반사망보험금과 재해사망보험금을 같이 지급하되, 보험금 청구 시효가 지난 재해사망보험금은 주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했다.

금감원이 이 같은 대법원 결정에도 무조건 자살보험금을 지급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자살보험금 미지급은 보험사로서 지켜야 할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이유에서다. 보험회사가 애초에 약관을 잘못 만들어 놓고 보험금 지급을 미뤄 소멸시효에 이르게 된 책임을 묻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보험업계는 금감원의 자살보험금 지급 강제는 스스로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감독당국이 사법부의 최종 판단과 상반되는 감독 방침을 세워 금감원의 정책방향성을 예측하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보험사 고위관계자는 “애초 자살을 재해사망 보장 안에 들어가도록 약관을 만든 곳은 보험사지만 이 약관을 승인한 곳은 금감원”이라며 “금감원이 책임져야 할 부분은 외면하면서 보험사에 무조건 자살보험금을 지급하라고 하는 것은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는 데만 급급한 감정적인 판단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박신영 금융부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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