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지연 기자 ] “신탁 방식의 재건축은 기존 조합이 사업주체가 되는 방식보다 투명하고 신속하게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아직 신탁형 정비사업 추진 사례가 많지 않아 틈새시장이지만 재개발·재건축 사업 전반에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장은 앞으로 더 커질 겁니다.”
법무법인 충정의 건설·부동산팀장인 이상균 변호사는 “그동안 정비사업 분야에서 쌓아온 다양한 경험을 토대로 신탁사와 손잡고 자문·송무·회계 등 재개발·재건축 사업 모든 과정에서 법률 파트너로 참여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충정은 지난 10월 경기 안양시 동안구 비산동 진흥·로얄아파트 재건축 사업 시행사인 코리아신탁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재건축 사업 관련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신탁사가 정비사업 시행자로 참여할 수 있게 된 것은 지난 3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 개정되면서부터다. 코리아신탁은 그 첫 사례다.
충정은 기존에 있던 건설·부동산팀 밑으로 신탁사 전담 정비사업팀을 꾸려 사업지 공략에 나섰다. 이 변호사는 “대형 건설사의 재건축·재개발 사업 베테랑인 전문위원을 영입해 실무 경험을 가진 인력까지 충원했다”며 “도시정비사업 추진 과정에서 조합원, 토지소유주, 금융회사, 행정당국, 시공사, 수분양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 사이에 법적 분쟁이 발생할 경우 신속히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신탁사를 사업 시행자로 선정하는 정비사업지가 늘어나는 만큼 로펌에도 새로운 먹거리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일반 재건축 사업과 달리 조합을 설립하지 않고 신탁사가 사업을 위탁받아 진행하면 사업기간을 최소 1년에서 3년 이상 단축할 수 있다”며 “신탁사에 수수료를 주고도 줄어든 기간만큼 금융비용을 비롯해 인건비, 조합 운영비 등이 몇 배로 절감되기 때문에 주민들도 점차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내년 말 유예 기간이 끝나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하려면 관리처분 신청까지 돼 있어야 하기 때문에 신탁형 사업은 정비업계의 주요 관심 대상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초과이익환수제는 조합이 재건축을 통해 얻은 이익이 1인당 평균 3000만원을 넘으면 초과 금액의 최고 50%를 세금으로 내도록 한 제도다.
아파트 재건축 사업은 안전진단→정비구역 지정→추진위원회 설립→조합설립인가→사업시행인가→관리처분계획인가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신탁사가 사업을 맡으면 추진위원회나 조합 설립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돼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이 변호사는 “신탁사가 주체가 되면 그동안 업계에서 명확한 기준 없이 부르는 게 값이던 용역 시행업체 수수료 등이 깔끔하게 해결된다”고 말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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