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고려대 학생회장, 교내 사퇴 요구로 '진통'
학교측 "총학 제기능 못해…학생들 의견수렴도 어려워"
[ 황정환 기자 ] 대학들이 학생 대표 격인 총학생회장 부재에 시달리고 있다. 후보가 없어 선거를 못 치르는가 하면 서울대와 고려대는 뽑힌 총학생회장조차 구설에 올라 낙마 위기에 몰렸다.
서울대 총학생회는 6일 신임 총학생회장으로 선출된 이탁규 씨(농생대 3년)에 관한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24일 총학생회장에 당선된 이씨의 성희롱 언행 전력이 불거진 데 따른 조치다.
이씨는 작년 초 농생대 신입생 입학행사에서 사회를 보던 중 행사 내레이션을 맡은 여자 신입생에게 “(얼굴을 보니) 왜 내레이션을 했는지 알겠네요”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 축제 일일주점에서 “꽃이 없다”고 말했다는 제보도 이어졌다. 이씨는 대자보를 통해 “과거 발언에 대해 사과했고 반성한다”고 해명했지만 사퇴 여론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고려대 학생사회도 내홍에 휩싸였다. 고려대 총학생회가 ‘최순실 사태’ 관련 시국선언문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외부 정치 세력과 논의했다는 게 발단이 됐다. 이로 인해 지난 10월28일엔 총학생회장 ‘탄핵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임시대표자회의 투표 결과 과반수의 지지를 얻지 못해 부결됐지만 이 사건으로 고려대 총학생회는 큰 타격을 입었다. 대전에 있는 한남대도 비슷한 상황이다. 당선된 총학생회장 측이 상대 후보를 폭행했다는 의혹이 일며 사퇴 요구를 받고 있다.
총학 선거 자체가 무산되는 학교도 줄줄이 나오고 있다. 연세대는 올해 후보가 없어 55년 만에 처음으로 총학 선거를 치르지 못했다. 한국외국어대와 서울시립대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총학생회장을 하겠다고 나선 후보가 한 명도 없었다. 청주대에선 선거함 탈취 사건이 벌어져 선거가 무효가 됐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대학 측도 난감해하는 분위기다. 고려대 관계자는 “대학이 주요 의사결정을 할 때마다 학생이 가장 많이 요구하는 게 의견수렴”이라며 “학생들의 의견을 모아줄 총학생회가 제 기능을 못 하는 것이어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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