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 적고 비용 많이 들어
위메프 서비스도 유명무실
"기존 배송품질 개선 주력"
[ 강진규 기자 ]
온라인몰 쿠팡은 2014년 3월 ‘로켓배송’을 도입했다. 주문한 뒤 24시간 내에 물건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이후 온라인몰들의 배송 경쟁은 주문 후 두세 시간 이내에 상품을 배송해 주는 ‘초고속 배송’으로 이어졌다. 11번가와 쿠팡, 위메프 등은 지난해부터 관련 서비스를 시범 도입하며 경쟁에 나섰다.
하지만 초고속 배송 서비스는 오래가지 않았다. 11번가와 쿠팡은 서비스를 잇따라 종료했다. 위메프는 서비스를 유지하고 있지만 대상 품목이 많지 않다. 이용자 수가 적고 비용이 많이 드는 초고속 당일 배송보다는 속도가 좀 늦더라도 더 많은 소비자들이 24시간 배송 서비스를 누리도록 인프라를 확충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 이들 업체의 판단이다.
◆110분 배송·두 시간 배송 종료
11번가는 지난달 선보인 ‘110분 특급배송’ 서비스를 종료했다고 6일 밝혔다. 110분 특급배송은 서울 시내 주요 지역에서 11번가 직영몰에서 파는 패션 상품을 10만원어치 이상 구매하면 110분 이내에 무료로 배송해 주는 서비스였다.
11번가는 퀵서비스 온·오프라인(O2O) 서비스 업체인 원더스와 함께 이 서비스를 선보였다. 상품을 주문하면 퀵서비스 기사가 배정돼 통화 후 원하는 곳으로 배송해 줬다. 11번가 관계자는 “프로모션으로 선보인 서비스였다”며 “이벤트 기간이 종료돼 자연스럽게 서비스가 끝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쿠팡은 서울과 경기 일부 지역에서 선보인 ‘두 시간 내 배송’ 서비스를 지난 9월 종료했다. 서비스를 도입한 지 1년2개월 만이다. 5000원의 이용료를 내면 기저귀 등 유아용품을 두 시간 이내에 배송해 줬다. 지난해 3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범석 쿠팡 대표가 서비스를 소개한 뒤 그해 7월부터 경기 고양·성남·용인과 서울 송파구 등에서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결국 중단됐다.
11번가와 쿠팡이 서비스를 종료한 것은 예상보다 수요가 적었기 때문이다. 11번가 관계자는 “82종의 패션 품목만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이용자 수가 많지 않았다”며 “현재로서는 초고속 배송을 다시 선보일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쿠팡 관계자는 “다각도로 시범 서비스를 했지만 예상과 달리 수요가 많지 않아 본서비스는 시작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8월 ‘지금 사면 바로 도착’이라는 초고속 배송 서비스를 시작한 위메프만 서비스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품목 수는 기저귀와 분유 등 3종에서 즉석밥 1종이 늘어난 4종에 불과하다.
◆배송 품질 개선은 계속
온라인몰들은 초고속 배송보다는 기존 배송의 품질을 높이기 위한 경쟁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11번가는 110분 특급배송 프로모션의 실적 평가를 기반으로 배송 품질 개선에 나선다. 11번가 관계자는 “초고속 배송을 전면 도입하기보다는 특수한 상황에서 퀵서비스로 제품을 받아볼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서비스 개선을 하고 있다”며 “이르면 내년 상반기께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11번가는 이와 함께 운영사인 SK플래닛에서 서비스 중인 화물 운송 중개 서비스의 운송 데이터를 활용해 소비자 대상 배송 품질도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쿠팡은 24시간 내 배송 서비스인 로켓배송의 적용 지역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일부 지역에만 두 시간 이내 배송을 하는 것보다는 더 많은 소비자들이 로켓배송을 체험토록 하는 것이 낫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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