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일레븐, 고려당과 협업
재치있는 포장으로 인기
[ 이수빈 기자 ] “보고서가 개판이네”라는 상사의 말에 부하직원이 “개처럼 일만 시키니까요”라고 응수한다. 상사가 웃자 “웃지마. 확 물기 전에”라고 덧붙인다. ‘약치기빵’(사진) 봉지에 그려진 그림 내용이다. 세븐일레븐이 제과제빵회사 고려당과 협업해 이달 단독상품으로 출시한 빵이다.
이 빵이 직장인들 사이에서 화제다. 포장 디자인 덕분이다. 재치 있는 내용에 공감이 된다는 의미에서 ‘직장인 사이다 빵’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다. 빵이 화제가 되면서 삼립식품과 샤니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았던 고려당은 회사 이름을 다시 알리게 됐다.
고려당은 1980년대까지만 해도 3대 빵집 중 하나였다. 포장 디자인만으로 제품과 제조업체까지 홍보하는 효과를 얻었다.
약치기빵은 세븐일레븐의 한 젊은 상품개발자(MD)가 낸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임지현 MD다. 그는 편의점에서 오전에 빵이 많이 판매되는 것에 주목했다. 직장인들이 아침식사를 간단히 때우기 위해 편의점에서 빵을 사먹는다는 걸 알게 됐다.
하지만 시중에 나온 대부분 빵은 주로 어린이 소비자를 겨냥한 디자인이 많았다. 포켓몬스터 카카오프렌즈 등 캐릭터가 그려져 있는 식이다. 임 MD는 지난 9월 중순 고려당에 직장인 소비자를 겨냥한 빵을 내놓자고 제안했다.
직장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디자인에 대해 고민하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작가 ‘그림왕양치기’의 작품을 접하게 됐다. 직장인들이 평소 상사에게 할 수 없는 말과 행동을 대신 표현해 주는 그림이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고 말하는 상사를 때리며 “못 피했으니 즐기세요!”라고 말하는 식이다.
이 그림을 디자인에 활용하기로 했다. 제품 맛과 장점에 대한 설명은 디자인에서 빼 버렸다. 제품명도 유머러스하게 지었다. ‘이거드슈~크림빵’ ‘말이필요없단~팥빵’ ‘웃지마소~보로팥빵’ 세 종류다.
박세현 세븐일레븐 즉석식품팀장은 “직장인들이 소소한 즐거움을 얻을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며 “제품 장점을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소비자 마음을 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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