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탄핵소추의 헌법적 조건은 충분히 성립되었다는 것인가

입력 2016-12-07 17:23   수정 2016-12-08 05:25

내일 국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상정해 자유 투표로 가부를 결정한다. 무엇보다 국회가 질서 있는 조기퇴진을 끝내 원만하게 합의 처리하지 못한 채 탄핵을 선택한 것이 유감이다. 이제 외길로 들어선 탄핵절차만이라도 ‘법대로’ 엄격히 진행할 때 그나마 최소한의 질서 있는 퇴진으로 경제와 사회 전반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할 것이다.

그간 국회 쪽 사정을 정리해보면 야 3당의 공조에다 새누리당 내 비박과 친박 일부까지 찬성으로 돌아섬에 따라 탄핵의결은 가능성이 매우 커 보인다. 이를 전제로 야권의 소위 대권주자들은 “탄핵이 의결되면 딴말 말고 즉각 사임해야 한다”(문재인)거나 “야권은 탄핵 전 거국내각을 수립해야 한다”(손학규)는 주장까지 거침없이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는 헌법에도 없는 반(反)헌법적, 위법적 발상이다. 헌법을 위반했다며 대통령을 탄핵하는 판에 스스로는 헌법절차를 건너뛰겠다면 사적인 권력욕이란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정략적 계산까지 하면서 탄핵 투표를 기명으로 하자는 일부 의원들의 주장 또한 명백히 국회법 위반이다.

국회는 탄핵절차에 돌입한 이후 국정에 미칠 파장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미리 염두에 둬야 한다. 탄핵안이 부결되는 경우에 대한 법적, 정치적 책임을 분명히 지우는 것도 당연히 여기에 포함된다. 만에 하나 탄핵안 부결 시 국회는 전원 자진사퇴에 의한 해산의 길로 가는 것이 책임 있는 정치가 된다는 점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무상급식을 반대하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주민투표가 ‘불발’하자 즉각 퇴진한 사례도 기억하기 바란다. 국회는 대통령 탄핵권이 있지만 대통령은 국회 해산권이 없는 헌법상 권력구조의 불균형을 보완하는 유일한 길이다.

국회의원 한 사람을 제명하는 데도 헌법과 국회법이 정한 복잡한 절차를 따라야 한다. 하물며 대통령의 탄핵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탄핵의 근거가 되는 검찰의 공소장부터가 흔들리는 것이 지금의 상황이다. 기업가들을 대상으로 한 청문회에서조차 입증된 사실이 하나도 없다. 아직은 특검의 수사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광장의 민심에 편승해 위헌·위법적 주장이나 내놓을 게 아니라, 법을 준수하며 그 결과에 대한 책임도 엄중히 지는 것이 지금 국회의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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