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자상거래 회사인 징둥닷컴을 이달 초 방문했다. 당일 배송을 앞세워 1위 알리바바를 무섭게 뒤쫓는 회사다. 지난 3분기 매출도 607억위안(약 10조3000억원)으로 1년 전에 비해 38% 급증했다.
하지만 이 회사는 지난 몇 년간 흑자를 내본 적이 없다. 3분기에도 순손실이 8억790만위안(약 1400억원)에 달했다. 그런데도 2014년 5월 미국 나스닥에 성공적으로 상장했다. 지난 6일 기준 시가총액이 343억달러(약 40조300억원)에 달한다.
지난 6일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 청문회를 보면서 징둥닷컴이 떠오른 건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 때문이다. 박 의원은 “한 번도 이익을 낸 적이 없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건 특혜”라고 단언했다. 그리고 삼성이 이런 특혜를 통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보유한 삼성물산 가치를 높이려 한다고 주장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 분야에서 급성장 중인 기업이다. 원래 미국 나스닥으로 가려 했다.
그러나 거래소와 증권업계가 나서 국내 상장을 유치했다. 거래소가 작년 11월 ‘흑자(1년 30억원, 3년 평균 60억원)를 내야 상장이 가능하다’는 규정을 없앤 게 특혜 시비를 일으켰지만, 그 규정은 ‘성장성 높은 기업의 상장을 막아 증시 침체를 불러왔다’는 지적을 수년간 받아온 것이었다.
올초 만난 미국 실리콘밸리의 한 벤처캐피털 대표는 설립한 지 몇 년 안 된 벤처기업에 흑자를 바라는 한국의 현실을 의아해했다. 벤처의 목표는 성장이다. 흑자를 내려다 보면 성장을 위한 투자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테슬라나 우버 등 어느 실리콘밸리의 ‘유니콘’도 흑자를 내지 못하고 있다(2003년 설립된 테슬라는 올 3분기 사상 두 번째 분기 흑자를 내긴 했다)”는 게 그의 말이었다.
최순실 사태엔 기업들 책임이 없지 않다. 그렇다고 정상적인 기업활동까지 매도해선 안 된다. 그건 정치인들이 틈만 나면 몰아내야 한다고 말했던 ‘갑질’이다. 그 갑질이 우리 재계와 벤처 생태계를 위축시키지 않을까 우려된다.
김현석 산업부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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