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호 기자 ]
“국내 인수합병(M&A)은 비상장사 거래가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상장사 인수에 제약이 많기 때문이죠.”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M&A 활성화를 위한 제언’ 세미나에서 금융 분야 개선 방안 발표에 나선 장욱 덕성여대 경영학과 교수의 진단이다.
한국M&A협회와 한국회계학회, 김관영 국민의당 의원실이 공동 주최하고 한국공인회계사회와 한국경제신문사가가 후원한 이번 세미나에서 전문가들은 M&A 활성화를 위한 규제완화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장 교수는 2015년 기준 국내 M&A 중 인수 대상 기업이 비상장사인 사례가 89.4%에 달했다고 분석했다. 상장기업이 상장기업을 인수한 거래는 전체의 4.4%에 불과했다. 그만큼 국내 상장사 인수에 보이지 않는 규제가 많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장 교수는 공개매수에 적용하는 ‘5% 룰’을 대표 사례로 꼽았다. 자본시장법은 공개매수 때 적용하는 최소 지분율을 5% 이상으로 강제하고 있다. 그는 “선진국 수준인 25~30%로 공개매수 최소 지분 요건을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세제 분야 발표를 맡은 전규안 숭실대 경영학과 교수는 법인세법 제44조 2항에 규정된 ‘적격합병 요건’ 완화를 제안했다. 기업 합병 때 적격합병으로 인정되지 않아 과세이연(기업의 원활한 자금 운용을 위해 자산을 팔 때까지 세금 납부를 연기해주는 제도) 등의 혜택을 보지 못하는 기업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전 교수는 “합병 대가 가운데 주식 비중이 80% 이상이어야 한다는 규정도 있다”며 “미국은 이 비율이 50%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주제 발표 이후 이어진 패널 토론에서도 지적이 쏟아졌다. 김상곤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삼성이 최근 미국 오디오 전문그룹 하만카돈을 역삼각합병 방식으로 인수한 것처럼 합병을 통한 기업 인수 사례가 늘어야 한다”며 “한국은 합병비율 산정을 법으로 정하고 있어 이 같은 방식의 구조조정이나 사업재편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했다.
이광중 한국M&A협회 감사도 “한국은 역삼각합병에 대한 회계처리 규정조차 없어 역삼각합병 사례가 나오기 힘든 구조”라고 거들었다.
김태호 기자 highk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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