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말 유기풍 총장이 사퇴한 지 70일 만이다. 당시 유 전 총장은 남양주캠퍼스 설립 무산 위기를 거론하며 “지금의 서강대는 예수회의 사유물이나 다름없다. 재단 이사회의 무능과 이사회를 장악한 예수회의 전횡이 서강대가 어려워진 근본적 원인”이라고 강력 비판한 바 있다.
그러나 서강대 재단의 선택은 신부 총장이었다. 학교법인 서강대학교 이사회는 이날 총장후보자선정위원회 추천을 받은 후보 두 명 가운데 득표가 많았던 박 교수의 총장 선임을 의결했다.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박 교수는 사제 서품을 받고 로마 교황청 소속 그레고리안대에서 신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7년부터 서강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기초교육원 원장 등의 보직을 지냈다.
박 교수는 지속가능한 재정확보 방안 마련, 미래설계 및 평가조직 구축, 미래지향 교육환경 구축, 세계를 지향하는 예수회 교육의 회복 등을 강조했다. 유 전 총장의 잔여 임기까지는 직무대행 체제를 유지하고 내년 2월1일부터 4년간의 신임 총장 임기를 시작한다.
서강대는 개교 때부터 줄곧 총장 신부를 배출해 오다가 2005년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 출신의 손병두 전 총장이 취임하면서 맥이 끊겼다. 이후 학내 교수인 이종욱·유기풍 전 총장이 연달아 선임됐다.
내년 초 박 교수의 취임과 동시에 신부 총장 ‘컴백’이 이뤄지는 셈이다. 서강대는 법인을 운영하는 이사장과 학교 행정을 총괄하는 총장직을 모두 사제가 맡아 종교색이 짙어지게 됐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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