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부의 통상정책② “한국, 미국서 에너지 수입해”

입력 2016-12-08 19:06  



(뉴욕=이심기 특파원)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 내정자의 사무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의 집무실이 있는 뉴욕 맨해튼의 트럼프타워와는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다. 그는 대선을 사실상 지휘한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 재직 때 경제자문역으로도 활동했다. 트럼프 정부의 핵심인 이너써클(Inner circle) 멤버다. 트럼프 정부의 통상정책을 실질적으로 총괄할 로스 내정자는 김대중 정부시절 한국이 외환위기를 극복하는데 기여한 공로로 대통령상을 받기도 했다. 그는 취임 후 한국에 대해 어떤 압박 카드를 빼들까.

○한국, 미국서 에너지 수입해야

중국 일본 독일 한국은 미국과의 교역에서 흑자를 내는 대표적 국가들이다. 그런데 이들 국가는 미국이 아닌 제3국에서 LNG(액화천연가스)를 도입해 쓰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LNG 생산을 확대하고 수출을 적극적으로 승인할 예정이다. 이 경우 LNG가 미국 내 수요를 초과하면서 공급 과잉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국가가 LNG 도입선을 미국으로 바꾸면 어떤 희생이나 비용 부담 없이 미국의 무역적자를 개선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게 된다. 마찬가지로 이들 고소득 국가는 산업용품 수입선도 미국으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다른 나라에서 수입하고 있는 품목을 미국으로 바꿈으로써 미국과 협력적인 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것이다.

○임기중 저유가 유지

트럼프 정부 하에서는 저유가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셰일가스가 (공급 부족 때 생산량을 늘리고, 공급 초과로 가격이 급락할 경우 생산량을 줄여 가격을 올리는) ‘스윙 프로듀서(Swing Producer)’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미국 셰일가스의 생산단가는 이미 상당한 수준으로 내려와 있다. 문제는 적지 않은 규제로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연방소유지에 새로운 시추공을 파는데 필요한 허가를 받는데 몇 년이 걸리거나 셰일가스 생산현장에 이동식변기를 설치하는 허가를 받는데만 수주가 허비되고 있다. 이는 현 (오바마) 정부가 화석연료에 대해 엄격한 정책을 펴면서 신재생에너지 사용을 후원하는 정책을 시행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정부는 이러한 규제를 풀 것이다.

저유가는 미국의 교역적자를 축소하는 효과를 준다. 또 소비자들이 유가가 낮게 유지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으면 수요가 진작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이에 따라 소비가 늘어 세수가 확대되면서 재정이 확충되면 인프라 투자 등 필요한 지출도 늘릴 수 있다. 공화당은 이 부분에 대해 이견이 있을 수 없다.

○멕시코와 무역전쟁 없어

멕시코는 태생적으로 미국과 무역전쟁을 할 상황이 안 된다. 미국이 멕시코 수출의 80%를 차지하고 있어서다. 멕시코는 정제시설이 부족해 자국산 원유를 미국으로 들여와서 정제를 한 뒤 다시 가져간다. 멕시코 농업은 효율성이 떨어져 미국산 저가의 농산물을 수입하지 않으면 국민 생계도 유지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멕시코가 어떻게 무역전쟁을 하겠는가. 그렇다고 트럼프가 멕시코의 상황을 악용할 의사는 없다. 멕시코에서 시간을 두고 점차 무역역조를 개선하는 노력을 하고, 미국 역시 시간을 가지면서 무역역조를 개선하는 노력을 하면 좋아질 것이다.

○미국, 글로벌 경제의 엔진으로 남을 것

트럼프 당선자가 의회와 마찰을 빚을 수 있는 분야가 통상이다. 정통 공화당 세력은 친(親)자유무역주의자들이다. 하지만 트럼프는 의회와 협의하지 않고 행정명령을 통해 통상과 관련한 많은 일들을 추진해 나갈 수 있다. 트럼프가 가진 생각은 그대로 잘 진행될 것이다. 종합적으로 말하면 강한 미국 경제가 국제 경제의 엔진이 되고 국제교역을 증가시키게 된다. 트럼프의 정책은 취임 후 곧바로 실행될 것이다. 인수팀이 가동 중이고 조만간 트럼프 당선자에게 보고와 함께 정책 권고도 할 것이다. (끝)/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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