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탄핵 이후의 대한민국, 엄정한 헌법 준수에 달렸다

입력 2016-12-09 17:34  

대한민국 제18대 대통령이 탄핵을 당했다. 어제 국회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재적의원 300명 중 299명이 참석한 가운데 234명의 찬성으로 가결시켰다. 현직 대통령이 검찰수사에 이어 특검수사를 목전에 둔 상황에서 끝내 탄핵까지 받은 이 파국적 상황이 진정 안타깝고 유감스러울 뿐이다. 최종 사법적 판단은 이제 헌법재판소로 넘어가지만 도도한 대한민국 역사는 오늘의 이 결정을 어떻게 기록하고 판단할 것인가. 우리는 아직도 정확한 사실관계, 전후좌우의 진실 그 자체를 완전히 알 수 없기에 격랑과 혼돈의 상황에서 더없이 숙연해지게 된다.

그 무엇보다도 지금 대한민국의 교훈은 공직의 길이 얼마나 엄중하고 무서운 것인지를 재확인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준법의 솔선수범과 헌신, 공명정대와 불편부당, 투명·청렴과 효율성에 이르기까지 한점 의혹도 남겨선 안 되는 자리가 공직이다. 비단 대통령만이 아니다. 입법권력으로 군림하는 국회의원들도 마찬가지다. 행정·입법·사법부의 상하 모든 공무원과 각급 지자체 및 여타 공공기관의 실무자들까지 본질에서는 조금도 다르지 않다. 그런 바탕에서 공직은 말 그대로 공직으로 존재하는 것이며, 이는 곧 시대적 요구가 됐다.

탄핵 이후 당장의 과제는 법에 규정된 민주적 절차의 엄정한 이행이다. 그렇게 절차민주주의를 완성해가는 것이 ‘민주주의 대한민국’과 ‘선진국가 한국’을 완성하는 길이요, 국정공백의 혼돈을 최소화하는 길이다. 이런 상황에 대비해 헌법재판소도 있다. 최고의 법률전문가들인 헌법재판관들은 오직 국민과 나라의 장래만 바라보면서, 즉 민주주의와 국정의 조기 정상화만 고려하면서 입법부의 결정에 대한 사법적 판단을 마무리해야 할 것이다. 절차와 수습까지도 ‘법대로’ 이뤄질 때 최소한의 ‘질서 있는 퇴진’으로 국론분열 상황을 조기에 끝내고 다시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야권 일각이 탄핵 전부터 제기한 ‘즉각 퇴진’, ‘야당 중심의 거국내각’ 같은 위헌적·초법적 발상은 더는 곤란하다. 대통령의 권한과 의무를 대행하게 된 황교안 총리도 막중한 역사적 책무를 다시 한 번 자각해 안보에서도 경제에서도 빈틈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정치가 탄핵돼도 경제는 살려야 한다. 지금 우리 경제는 일일이 거론하기도 힘들 정도로 위중한 국면이다. 내년까지 내리 3년간 2%대 성장률로 장기 저성장이 예고된 가운데 고용문제를 비롯해 수출 투자 소비 등에서 전방위적으로 적신호가 켜졌다. 산업구조조정, 가계부채 등 국내 과제만도 버거운데 미국 ‘트럼프 정부’의 통상공세도 만만찮은 시련이 될 공산이 크다. 사드 배치를 트집 잡는 중국의 패권적 일방주의까지 또 다른 험로로 다가오고 있다. 더 이상의 혼돈과 국정의 리더십 부재가 계속되면 진짜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다. 법 절차에 따른 대통령권의 엄정한 이양과 대행은 너무나 당연하지만, 이런 와중에서도 경제정책을 총괄할 경제부총리만큼은 여야 국회가 당장 오늘이라도 우선적으로 가닥을 잡아주고 신임 표시도 해주길 바란다.

정치개혁도 피할 수 없는 절실한 과제가 됐다. 한국적 낡은 정치의 폐단이 너무도 커서 국가의 명운까지 뒤흔들 지경이 된 것이다. 민주주의의 위협이라는 점에서는 청와대와 국회가 다름이 없고, 여야도 차별점을 찾기 힘들다. 박근혜 대통령의 행적은 비판받을 만한 것이었지만, 최근 몇 달간 보여준 국회의 역량에도 명백한 한계가 드러났다. 후진적 국회 운영과 산만한 정당제도라는 시스템적 하자에다 20대 의원들의 인적 부실이 뒤엉킨 결과 몇 달간의 긴 혼돈으로 이어졌다. 국회를 중심으로 한 정치권 스스로의 처절한 변혁이 없으면 침묵해온 다수의 여론은 직접 정치 개혁의 메스를 들이댈 것이다.

이번 탄핵으로 또 한 시대의 정치가 저물게 됐다. 대한민국이 한 단계 성숙한 선진민주국가로 발전하느냐, 포퓰리즘의 광기에 흔들리는 삼류국가로 전락하느냐 하는 것은 이제부터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제를 살려내고 사회통합을 기반으로 한 국정의 조기정상화 여부도 그렇다. 이제는 국회를 포함한 우리 모두가 냉정하게 법절차의 준엄한 이행을 지켜봐야 할 때다. 사법적 뒷마무리는 헌재에 맡기고 광장의 ‘촛불 민심’도 평정심의 일상으로 돌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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