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안 가결] 2004년 노 전 대통령 탄핵 땐 이헌재 "경제는 내가 챙긴다"…시장불안 진화

입력 2016-12-09 17:48  

고건, 즉각 안보회의 소집…이헌재, 해외 신평사 접촉

63일간 국정 혼란 최소화



[ 황정수 기자 ] 대한민국이 ‘탄핵 쇼크’로 출렁인 2004년 3월12일. 대통령 권한을 대행하게 된 고건 전 국무총리와 경제사령탑을 맡은 이헌재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하루종일 숨 가쁘게 움직였다. 탄핵안 가결 직후인 낮 12시께 고 전 총리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이 전 부총리를 만나 경제 대책을 일임했다. 탄핵 정국 수습의 ‘투톱’이 탄생한 순간이었다.

투톱은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해 명확한 메시지부터 발표했다. 고 전 총리는 이날 오후 1시30분 외교안보장관회의를 긴급 소집해 “흔들림 없이 민생을 챙기고 대외 신인도에도 신경 쓸 것”을 공직자들에게 주문했다. 국방부에는 ‘전군 지휘경계령’을 내리도록 지시했다.

이 전 부총리는 장관회의 직후 정부과천청사로 건너가 오후 2시30분 ‘대통령 탄핵사태에 대한 경제부총리 성명’을 냈다. “국민생활 안정과 대외 신인도 확보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는 게 골자였다. 이 전 부총리의 이런 강력한 메시지에 장중 47.88포인트까지 폭락하며 패닉상태에 빠진 주식시장은 낙폭을 21.10포인트로 줄였다.

투톱이 무엇보다 주력했던 건 한국을 바라보는 외국인들의 시각이었다. 고 전 총리는 탄핵안 가결 당일 외교통상부 장관에게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를 비롯한 각 국 대사에게 “외교, 안보, 경제정책에 변화가 없다”는 내용을 알리라고 지시했다.

이 전 부총리는 더 급박하게 움직였다. 국내 금융시장이 외국인 투자자 움직임에 특히 민감했기 때문이다.

이 전 부총리는 해외 신용평가사 고위 관계자와 접촉해 “국가 신용등급을 낮추지 않겠다”는 구두 약속을 받아냈다. 이후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와 글로벌 신용평가사, 골드만삭스·JP모간 등 투자은행(IB)을 포함해 1000여개 해외 기관에 이메일을 보냈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고 한국은 성장 기조의 경제정책을 변함없이 유지할 것”이란 메시지를 담았다. 그해 4월엔 미국 뉴욕으로 날아가 해외 투자자들을 다독이는 데도 주력했다.

고 전 총리와 이 전 부총리는 탄핵 정국 63일간 흔들림 없는 리더십을 발휘해 경제 충격을 최소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탄핵 기간에 보여준 고 전 총리와 이 전 부총리의 행보는 관료들 사이에서 위기 극복을 위한 대표적인 매뉴얼로 통한다”며 “이번 탄핵안 가결에 따른 비상 계획을 마련할 때도 두 사람의 대처 방식을 많이 참고했다”고 말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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