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풀기에만 올인한 일본, 물가인상 등 목표달성 못해
공공부채 비율만 높아져
잠재 성장률 끌어올릴 구조개혁에 집중해야
[ 오형주 기자 ]
“한국은 재정정책에 지나치게 의존해 일본처럼 공공부문 부채를 누적시키지 말고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구조개혁에 집중해야 합니다.”
다케다 마사히코 일본 히토쓰바시대 교수는 9일 서울 안암동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에서 열린 ‘아시아 경제 전망과 지역 내 장기 과제’ 국제 콘퍼런스에서 “한국이 일본의 실패 경험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소장 이종화 교수)와 BK21+한국경제사업단(단장 신관호 교수)이 공동주최하고 한국경제신문사가 후원한 이날 행사에서 참석자들은 글로벌 불확실성과 아시아 경제 전망, 인구 고령화 등을 주제로 논의했다.
다케다 교수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경기 회복을 위해 2013년부터 추진한 ‘아베노믹스’에 대해 “임금 상승과 물가 인상 등 주요 정책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당초 아베 총리가 공언한 소비세 인상이 두 차례나 연기될 정도로 소비와 투자, 수출이 예상만큼 늘어나지 않았다”며 “구조개혁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인구 고령화와 공공부문 부채 등의 문제가 눈앞에 다가왔다”고 설명했다.
다케다 교수는 일본 경제의 미래를 어둡게 보는 가장 큰 이유로 ‘과도하고 지속 불가능한 공공부채’를 지목했다. 그는 “과도한 부채 비율을 줄이기 위해선 흑자재정을 편성해 빚을 갚거나 성장률을 높여 국내총생산(GDP)을 크게 늘려야 한다”며 “일본은 흑자재정 의지가 없고 고성장 가능성도 없어 결국 인플레를 유발해 실질 부채를 줄이는 방법을 택했다”고 지적했다.
일본은행은 2013년 4월부터 소비자물가 상승률 2% 달성을 목표로 양적·질적완화 등을 단행했지만 아직 성공하지 못했다고 다케다 교수는 평가했다. 일본의 소비자물가는 올 3월 이후 8개월째 하락세다. 그는 “이제 일본에선 외국 이민자에게 노동시장을 개방하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다케다 교수는 한국이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단기적인 부양을 위해 재정정책에 의존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정치인과 대중의 기대심리가 수요 측면에 과도한 부담을 주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글로벌 자금시장 흐름이 크게 바뀌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워릭 맥기빈 호주국립대 교수는 “미국의 단기 금리 상승과 더불어 ‘강한 달러화’가 예상된다”며 “투자가 미국으로 쏠리는 등 글로벌 자산시장에 일대 조정이 벌어지면서 세계 경제의 비대칭성이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장주좡 아시아개발은행(ADB) 이코노미스트도 “미국 대선 이후 신흥국으로의 자본 유입이 약화되는 등 글로벌 자본 흐름이 역전됐다”고 분석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 한국경제 & hankyu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