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대행-경제 장관-광역단체장 참여하는 비상경제회의 열자"

입력 2016-12-11 19:43  

김관용 경북지사 인터뷰

"경제 살리기 필수 요소는 '지방분권형 개헌'
대통령 탄핵안 가결, 국가대개조 계기로 삼자
보수는 나라발전 중심…혁신으로 새 출발해야

정치 지도자, '촛불' 넘어 미래 방향 제시를"



[ 홍영식 기자 ]
김관용 경북지사는 11일 “대통령 권한대행과 경제 장관, 광역단체장이 함께 참여하는 비상경제대책회의체를 조속히 가동하자”고 제안했다. 김 지사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통과된 후 이날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국가위기 관리는 민생과 기업을 일선에서 접하는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손에 태반이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이같이 촉구했다.

또 대통령 탄핵 국면을 위기의 보수를 혁신하고 국가를 대개조하는 계기로 삼아야 하며, 그 수단은 지방분권형 개헌이라고 지적했다. 김 지사는 한국 정치의 보수 원류라고 할 수 있는 경북에서 내리 6선(구미시장 3선, 경북지사 3선)한 것을 포함해 40여년간 지방행정 현장을 지켰다.

▷탄핵안 가결 뒤 국정 관리는 어떻게 이뤄져야 하나.

“나라가 정치판이 된 지 오래됐지만, 광역단체장은 중앙정치인들과 다르다. 물론 중앙정치에 온통 관심을 두는 단체장도 많지만 중앙정치의 난장판으로 피해를 보는 민생 현장이 정말 걱정이다. 대통령 중심제 아래서 국정의 실패는 고스란히 지방의 부담으로 내려온다. 탄핵안 가결 이후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는 민생과 기업들이 걱정이다. 가계부채에 시달리는 도시 영세민과 초고령화 농어민, 수출 부진 및 현장 인력 문제 등 3~4중고에 시달리는 중소기업 고통을 중앙정치인들이 얼마나 절감하는지 모르겠다. 안보도 보통 걱정이 아니다. 그나마 주한미군이 있으니 덜하긴 하지만 김정은이 오판하지 않는다고 누가 100% 확신할 수 있나.”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역할이 막중해졌다.

“탄핵안 가결로 공직자가 비상시국의 나라를 전적으로 관리하는 상황이 됐다. 민생과 기업의 현장은 지방이고, 단체장이 그 현장에 가장 가까이 있는 공직자다. 민생과 기업을 일선에서 접하는 단체장들이 황 대행과 함께 국정의 중심축을 이뤄야 한다. 지금의 국가위기 관리는 단체장들의 손에 태반이 달려 있다 해도 지나치지 않다. 황 대행과 광역단체장들의 정례 회동을 제안한다. 황 대행과 경제부처 장관, 광역단체장이 참여하는 비상경제대책회의체를 빨리 가동해야 한다.”

▷경제와 나라의 미래가 걱정된다.

“지금 외국의 시각은 외환위기 때와 판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외환위기 땐 한국에 진출해 있던 외국 기업들이 대거 철수하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았다. 한국 경제가 부활할 것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지금은 정치 리더십과 경제가 동반 추락할 수 있다는 얘기가 다국적 기업들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여야, 보수·진보 가릴 것 없이 최순실 사태가 경제나 국익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 ‘내가 속한 정파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일까’ 하는 계파 이기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치가 경제를 도와주기는커녕 경제위기를 더 부채질하고 있다. 정치 지도자는 촛불 시위를 넘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어떻게 푸는 게 좋을지….

“국가를 대개조해야 한다. 국가 운영 시스템이 동맥경화에 걸려 있다. 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 안 돼 국민이 거리로 나왔다. 수출이 잘되고, 장사가 잘되면 정치가 시끄러워도 국민이 용서해 준다. 경제가 엉망이면 국민이 염증을 느낀다. 백성이 편안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 정치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정치권은 당리당략을 넘어 국가 틀에 대한 근본적인 개조에 들어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개헌이 반드시 필요하다. 봄이 왔는데도 겨울옷을 입고 있으면 안 된다. 개헌을 안 하려고 하는 일부 정치세력이 있는데, 권력욕에 지나지 않는다. 개헌이 국가개혁의 기회가 될 수 있다. 큰 방향은 지방분권형이어야 한다. 정치 난장판 속에서 지방이라도 버텨줘야 한다. 경제를 살리려면 지방분권형으로 가야 한다.”

▷‘최순실 사태’로 보수가 위기를 맞았다는 지적이 많다.

“박정희 전 대통령 이후 보수는 국민의 창조적 에너지를 이끌어 내 온 원동력이었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뤄내 세계 10대 경제강국을 만들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이제 역사적 성취 에너지가 고갈되고 발전 동력이 고장났다. 어느 시점부터 보수세력이 자아도취에 빠졌다. 국가관을 튼실히 하고 국부를 증진시키는 진정한 보수 가치관을 발전시키지 못하고 공천만 받으면 된다는 식으로 보수의 업적과 브랜드에 편승해 무임승차해 왔다. 이론적으로 무장도 훈련도 안 돼 있다. 정부의 실패 때문에 보수와 진보의 균형이 깨졌다. 진정한 보수의 가치는 영원하다. ‘얼치기 보수’ 때문에 보수를 용도 폐기하자는 일부 세력들의 유혹에 넘어가선 안 된다. 이제 보수 열차를 멈춰 세워 혁신하고 ‘보수’해서 다시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 새누리당은 처절하게 반성하고 정체성을 확실히 해야 한다. 유능한 보수가 건재해야 나라가 발전한다.”

▷차기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 말해달라.

“아직 확실히 안 정했다. 현직에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다. 범(汎)보수 전선을 가다듬어 보수가 이 나라 발전의 중심이 되도록 보수대혁신 보고서를 제출할 것이다. 보수 확산에 매진하고 국민의 동의를 얻은 뒤 (출마를) 생각해보겠다. 진정한 보수를 새로 세우는 역할을 하라는 게 역사와 도민의 명령이라고 받아들이고 있다. 이 과업을 성공적으로 이룩하는 역할이라면 무엇이든 마다하지 않겠다.”

홍영식 선임기자 y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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