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새누리당이 분당도 할 수 없게 만드는 정당 기득권

입력 2016-12-12 17:20   수정 2016-12-13 05:21

새누리당이 점입가경이다. 친박계와 비박계가 서로 당을 나가라며 등을 떠밀고 있다. 친박계는 비박계의 핵심인 김무성·유승민 의원과 함께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고, 비박계 모임인 비상시국위원회는 이정현 대표 등 친박 핵심 의원 8명에게 탈당을 요구하며 맞불을 놓고 있다. 루비콘강을 이미 건넜다고 하지만 정작 당을 나가겠다는 정파는 없다.

565억원 상당의 새누리당 재산과 매년 100억원 이상에 이르는 정당 국고보조금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올해도 새누리당은 150억원이 훨씬 넘는 국고보조금을 정부로부터 지급받았다. 1981년 국고보조금제가 신설되고 난 뒤 새누리당이 국고보조금으로 받은 돈은 수천억원에 이른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이념이 다른데도 갈라설 수조차 없다. 이는 정당제도의 안정이라는 이름으로 기득권을 보장한 지금의 정당법 때문이다. 정당 창당도 힘들다. 현행법상 정당을 설립하려면 수도에 중앙당을 두고 특별시·광역시·도에 각각 5개 이상의 시·도당을 두도록 하고 있다. 정당의 진입과 퇴출 장벽이 유달리 높은 것이다.

새누리당은 이념과 가치보다는 지역성에 기반을 둔 무가치 무이념의 정당이다. 산업화를 일군 자유주의 이념에 기생하면서도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제한적으로 인정하거나 부정하는 모순적 집단이다. 정책도 비전도 없이 지역적 붕당으로서만 존재했던 정당이 바로 새누리당이다. 물론 더불어민주당이나 국민의당도 마찬가지다. 지역에 기생해 권력 야욕만 노출해왔다. 3김 시대의 유산이라고 하겠지만 아직도 발전적 해체를 못하고 있을 뿐이다.

정당에서 이념은 생명과 같은 것이다. 당원들의 정체성도 이념에서 나오고 정당의 지속성도 이런 이념에 기반을 두고 있다. 서구에서 양당체제가 수백년 이상 지속되는 것도 이러한 이념의 기반이 있기 때문이다. 이념 정당이 없는 상황에서 개헌이나 내각제를 운운하는 것도 모두 부질없는 지역할거주의적 권력 농단에 불과하다.

생각이 다른 정당원들이 갈라서지도 못하도록 만들어진 낡은 제도는 바꿔야 한다. 이념정당이 가능하도록, 그리고 중앙당만으로도 가능하도록 정당법이 개정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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