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기업의 한국탈출 부추기는 국회

입력 2016-12-12 17:24   수정 2016-12-13 05:23

"우후죽순 발의된 경제민주화 법안
적대적 경영간섭에 발가벗긴 기업
소 잃고 외양간 고쳐야 소용없어"

최준선 <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외국 기업이 한국에 투자했다는 소식을 들어본 것이 언제인가. 한국에 외국 지사가 몇 개 있지만 모두 유한회사들이다. 한국 주식회사에 부과된 치밀한 공시의무, 한국 정부의 세세한 규제와 간섭을 피하는 유일한 방법이 유한회사이기 때문이다. 외국인이 한국에 투자하지 않는 것은 그들의 자유라고 하자. 국회는 멀쩡한 한국 기업을 외국으로 쫓아낼 궁리만 한다. 한국 기업의 ‘코리아 엑소더스’를 권하는 것이다.

정치 실패는 항상 기업인을 엎어놓고 곤장을 쳐야 마무리된다. 지금 기업인들이 국회로, 검찰로 불려 다니는 것을 보니 이제 국정농단 사건도 마무리될 시점이 가까워졌나 보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국정농단 사건으로 한국은 물론 외국에서까지 질타를 받고 있는 국내 기업들이 이제 한국 탈출을 심각하게 고려해 볼 것이라는 점이다. 삼성전자만 하더라도 지주회사 전환 후 나스닥 상장을 고려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마윈의 알리바바가 폐쇄적인 중국 시장을 버리고 나스닥에 상장한 것처럼 말이다. 삼성이 드디어 국제적인 기업으로 성장했다는 증표다. 이것은 한편 한국이라는 외양간에서는 도저히 견딜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소가 더 큰 외양간을 찾아 떠나는 것이다. 지금도 이미 외국인 주주가 50%를 넘었다. 나스닥에 상장하면 외국인 비율은 급격하게 늘어난다. 한국 기업이라고 주장할 명분이 없어진다. 그러니 웃어야 할 것인가, 울어야 할 것인가.

한국 기업들에는 지주회사 체제를 구축할 시간도 별로 없다. 입법권을 독점하고 있는 국회의원들이 무분별하게 발의한 경제민주화 법안들 때문이다. 야당이 발의한 이 법안들이 통과되면 지주회사를 만들기는 아주 어렵게 되고 적대적 인수합병과 경영간섭에도 고스란히 노출된다. 회사 비용으로 사들인 자산의 일부인 자기주식 가치를 회사분할 시에는 제로(0)로 처리해 소각하도록 하는 법안, 자기주식을 신주(新株)처럼 모든 주주에게 공평하게 나눠 주라는 법안, 주주평등원칙을 위반해 소액주주들이 사외이사를 임명하라는 법안, 근로자를 대표하는 사외이사를 임명하라는 법안 등 어느 하나 이상하지 않은 것이 없다. 이미 세금을 납부하고 남은 이익인 사내유보금에 대해 다시 과세하고 배당을 강요하는 기업소득환류세제도 이상하기는 마찬가지다. 논리도 이론도 없다. 임기응변식 땜질 법안들이다.

자기주식의 취득을 이익 분배로 봐 그 가치를 0으로 처리하는 몇몇 나라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한국 법률은 배당가능이익으로 이를 취득할 수 있게 하고, 이것을 자산으로 처리해 양도차액에 대한 과세도 하면서 적대적 경영간섭에 대한 유일한 방어수단으로 인정하고 있다. 국가가 적대적 경영간섭에 대한 보호 장치를 마련해 줬다면 회사가 투자할 돈으로 자기주식이나 구입할 이유가 없다. 국가가 아무런 보호 장치를 마련해 주지 못하므로 각 기업이 피 같은 돈으로 자기 회사 주식을 끌어안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생긴 것이다. 각자도생(各自圖生) 방식이다.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 대부분이 인정하는 포이즌 필(poison pill) 제도만 인정해도 이런 일이 생기지 않는다. 국가가 제도를 제대로 만들어 주지 않으면 북한 꼴이 된다. 야당이 주장하는 법인세 인상만 해도 그렇다. 기업은 수익이 줄고 배당과 종업원 급여, 복지혜택이 준다. 비용이 늘어나므로 물건값을 올려야 하고 물건값이 오르면 소비가 준다. 소비가 줄면 경기가 더욱 침체되고 고용도 없다.

한국 기업은 바야흐로 외국 탈출을 심각하게 고민할 때가 됐다. 엉터리 법률이 난무하는 이곳이 기업인에게는 헬조선이 아닌가 싶다. 소 떠난 뒤 외양간 고쳐야 소용이 없다.

최준선 <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jsskku@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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