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매직솔루션' 도입
성향·자금 규모 따라 맞춤관리
금융자산 '종합솔루션' 제공 목표
[ 이현진 기자 ]
퇴직연금 시장에서 한국투자증권은 ‘가마솥’ 같은 회사로 평가받는다. 한두 해만 놓고 보면 수익률이 평범하지만 몇 년이 흐르면 경쟁사들의 성과를 훌쩍 뛰어넘는다.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7년 동안 한국투자증권은 연환산 기준 6.55%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은행 증권 보험회사 등 전체 퇴직연금사업자 중 1위다. 원리금 비보장(실적배당형 상품)만 따로 떼어 계산하면 연 7.61%로 수익률이 치솟는다. 같은 기간 실적배당형 상품의 시장 전체 수익률은 연 6.14%였다.
꾸준한 관리로 고수익 달성
퇴직연금은 적어도 10년, 길면 30년을 투자하는 초장기 금융상품이다. 지속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회사가 높은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한국투자증권이 ‘제3회 대한민국 퇴직연금 대상’을 받은 배경도 여기에 있다.
한국투자증권이 장기 수익률을 높게 유지하는 비결은 지속적인 서비스에 있다. 상품팀에서는 월 단위로 운용현황보고서를 가입자에게 제공한다. 시장 상황과 상품을 매달 체크해 지난달과 상황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상품 수익률은 어떤지 등을 알려준다.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상으로는 매년 한 번 운용보고서를 보내면 충분하다.
분기 단위로는 상품 안내장을 보낸다. 한국투자증권이 다루는 모든 상품의 정보가 안내장에 담겨 있다. 수익률이 나빠서 추천상품 목록에서 빠진 상품, 새로 편입한 상품 등을 소개하고 시황 설명도 곁들인다. 가입자에게 시장을 보는 다양한 시각을 제공해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올해 초엔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이용자를 겨냥한 ‘매직솔루션’ 제도를 도입했다. 투자 성향과 자금 규모에 맞춰 추천 포트폴리오를 제공한다.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증권사의 자산관리 노하우를 가입자에게 충실히 전달하는 것이 연금사업의 본질”이라며 “좋은 상품이 아무리 많아도 이용자가 포트폴리오를 제때 조정하지 않으면 꾸준히 수익을 내기 힘들다”고 말했다.
연금 사업자는 ‘관리자’ 아니라 ‘조언자’
퇴직연금 시장은 꾸준히 커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129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10조3000억원)보다 17.1% 늘었다. 가입자 개인이 운용을 책임지는 확정기여(DC)형 상품 시장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 기업이 책임지는 확정급여(DB)형이 66.8%, DC형은 23.6% 수준이지만 미국은 이 비율이 반대다.
내년 중반 도입될 것으로 보이는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가 시행되면 DC형이 더 늘어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저금리 기조 고착화로 예금과 같은 원리금 보장 상품보다는 실적배당형 상품으로 눈을 돌리는 가입자도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다. 가입자 개개인이 더 나은 투자를 할 수 있도록 퇴직연금사업자가 더 많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실적배당형 상품이 중심이 되는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연금 관리 관련 조직을 확대하고 있다. 퇴직연금본부 전체 인원은 65명으로 2014년 40여명에서 크게 늘었다. 유 사장은 “모든 기업이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하는 2022년까지 시장이 계속 커질 것”이라며 “조직을 키워놔야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은 퇴직연금 관리를 본부 차원에서 하지만 앞으로는 지점과 연계해 투자자별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퇴직연금본부 시스템과 각 영업지점 시스템을 통합해 새로운 시스템을 2018년까지 도입한다. 퇴직연금뿐 아니라 전체 금융자산의 ‘토털 솔루션’을 제공하는 게 이 회사의 궁극적인 목표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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