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마트는 직격탄…6년 만에 겨울세일 매출 감소
[ 강진규 기자 ] 1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이어지는 연말연시는 유통업계 최대 대목으로 꼽힌다. 백화점의 창립 기념 세일, 크리스마스, 새해, 설 연휴 등이 이어지며 소비가 집중된다.
올해는 달랐다. 11월 초부터 시작된 ‘주말 촛불’이 변수였다. 소비자들은 주말 쇼핑 대신 촛불집회 참석을 선택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모든 이슈를 흡수하면서 유통업체의 마케팅에 대한 관심도 사라졌다. 집단적인 좌절감으로 ‘쇼핑할 기분이 안 난다’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매장은 방문 고객 수가 줄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반면 늘 손에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을 몇 번 터치하는 것만으로 주문할 수 있는 온라인몰은 오프라인 소비자까지 흡수하며 지난달 올 들어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모바일로 주문’ 온라인몰 매출↑
온라인몰 11번가는 지난달 1일 하루 만에 460억원어치의 상품을 판매했다고 12일 밝혔다. 2008년 11번가 운영을 시작한 뒤 최고 거래액이다. 11번가 관계자는 “매년 11월을 ‘11번가의 달’로 정하고 대대적인 할인행사를 벌이고 있는데 올해 성과가 가장 좋다”며 “매출이 전년 동월 대비 33% 뛰었다”고 말했다.
G마켓과 옥션은 지난달 매출이 전년 동월 대비 각각 16%, 24% 증가했다. 10월 매출 증가율이 각각 9%, 12%였던 것에 비해 두 배가량으로 뛰었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소비 심리가 저하되면 소비만을 목적으로 점포에 방문하는 소비자가 먼저 줄어든다”며 “다른 작업을 하다가 잠깐 짬을 내서 스마트폰으로 쇼핑할 수 있는 온라인몰은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대형마트가 운영하는 온라인몰도 지난달 매출 증가율이 높아졌다. 이마트몰의 지난달 매출은 785억원으로, 전년 동월의 582억원보다 34.8% 늘었다. 이마트 관계자는 “올해 1~11월 이마트몰의 누적 매출 증가율 25%에 비해 10%포인트가량 높다”며 “오프라인 마트 대비 매출 비중은 6.7%에서 9.2%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롯데마트몰도 지난달 매출 증가율 33%를 기록해 올해 평균치(27%)를 웃돌았다.
◆백화점은 여전히 고전
이마트와 롯데마트 오프라인 점포들은 고전하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달 851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 동월의 8604억원에 비해 1.0% 감소했다. 롯데마트와 홈플러스 등을 포함한 할인점 전체 매출은 3.9% 줄었다.
백화점은 2011년 이후 6년 만에 겨울 정기 세일(11월17일~12월4일) 매출이 감소했다. 작년 세일 기간 대비 롯데백화점은 0.7%, 현대백화점은 1.2% 매출이 줄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이 통과(9일)된 뒤 첫 주말이었던 지난 주말(9~11일)에도 매출이 회복되지 못했다. 신규 출점이 많았던 신세계백화점만 매출이 7% 증가했지만 증가율은 1~10월(약 15%) 대비 절반 수준이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겨울 날씨가 작년보다 추운 편이라 방한 의류 등이 잘 팔릴 것으로 기대했지만 소비 심리 위축으로 판매가 쉽지 않다”며 “언제까지 여파가 이어질지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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