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포화에 지방으로 눈 돌린 LCC들
김해공항 연간 이용객 1500만명 돌파 예정
[ 안혜원 기자 ] 저비용항공사(LCC)들의 격전장이 인천에서 부산으로 옮겨왔다. 올해 들어 부산을 기점으로 한 국제선 노선 경쟁이 뜨겁다. LCC들은 대형항공사에 비해 발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데다 가격경쟁력을 갖춰 김해공항이 '틈새시장'이자 '블루오션'으로 떠오른 탓이다.
LCC 업계 1위 제주항공은 이달 도입한 새 항공기에 부산발 국제선 취항을 첫 임무로 부여했다. 오는 15일 부산~도쿄·푸껫·사이판 등 3개 노선에 동시 취항한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새 항공기를 통해 최근 크게 늘어나는 부산 기점 신규노선 취항 준비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 지역 기반 항공사로서 '지역 맹주'로 자리잡고 있던 에어부산은 부산발 단독 노선 발굴로 입지 굳히기에 나섰다. 에어부산은 지난 6월에는 부산~울란바토르 노선을, 이달에는 부산~싼야 노선을 신규 취항했다. 현재 운영 중인 에어부산의 김해공항 국제선 노선은 22개에 달한다.
진에어는 이달 부산~기타큐슈 노선에 단독 취항했다. 이번 신규 취항으로 진에어의 부산발 국제선은 7개로 늘어났다. 이스타항공도 지난달 부산~코타키나발루 노선을 개설했다.
LCC의 잇따른 신규 취항으로 지난 2014년 752편에 불과하던 김해공항의 국제선 운항편수는 올해 약 50% 증가한 1128편으로 늘어났다. 연간 공항 이용객도 15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2014년(1038만명)에 비해 45.3% 증가한 수치다. 이 중 국제선 이용객은 올해 820만명으로 2014년 521만명과 비교해 57.3%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항공업계는 늘어나는 여행 수요에 노선 확충 여력이 남아있는 김해공항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김해공항은 2004년 경부선 KTX 개통 이후 월간 이용객이 50만명 수준까지 급감했었다. 하지만 2008년 이후 이용객이 반등세로 돌아섰다. LCC 설립으로 국제선 노선이 늘면서 해외여행 수요도 늘었기 때문이다. 운임이 저렴해지면서 가격 경쟁력도 생겼다. 지난해 월간 이용객 100만명을 돌파한 데 이어 올해 들어선 120만명 수준으로 올라섰다.
LCC 업계 한 관계자는 "인천공항의 여행 수요나 노선은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고 본다"며 "지방공항의 경우 여행 수요 측면에서 아직 잠재력이 남아있다. 그 중 인구수나 구매력 등이 뛰어난 부산은 노선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부산 지역의 '단거리 수요'에 주목했다. 그는 "기존에 지방의 단거리 여행객들의 경우 국제선 탑승을 위해 인천공항까지 가는 운임 비중이 컸다"며 "부산발 노선이 개설되면서 영남권 고객은 시간과 비용 모두를 절약할 수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대형항공사의 경우 LCC에 비해 부산발 노선 확충에 소극적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규모가 작은 LCC에 비해 대형항공사는 초기 투자 비용이 크고 환경 변화에 따른 리스크가 크다. 보수적으로 시장에 접근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단거리의 경우 LCC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낮고 장거리의 경우 인천발 노선으로 영남권 수요를 흡수할 수 있다고 본다. 따라서 현재까지는 노선 확대에 신중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