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과도한 투명성 요구가 유한회사 붐 초래한 것 아닌지

입력 2016-12-13 17:24   수정 2016-12-14 0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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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코리아가 매년 수천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지만 실적을 공개하지 않는 유한회사여서 세금을 회피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애플코리아는 올해 국내 아이폰 판매량(290만대 추정)을 감안할 때 매출이 3조원대, 영업이익은 8000억원대로 추산된다고 한다. 그러나 2009년 유한회사로 전환한 이후 실적, 납세액, 기부금 등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유한회사는 상법상 허용된 비공개 법인으로 외부감사나 공시의무가 없다. 대신 회사채를 발행할 수 없다.

유한회사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국내에 진출한 루이비통 샤넬 등 명품업체들과 구글 페이스북 나이키 코카콜라 옥시 테슬라 등이 모두 유한회사다. 특히 2011년 상법 개정 때 유한회사의 사원수 제한(50인 이하)이 폐지되고 지분 양도도 가능해져 경제적 실질은 주식회사와 거의 비슷해졌다. 그 결과 유한회사 수가 1만개 가까이 늘었고 자산 1000억원이 넘는 곳도 2010년 306개에서 2013년 538개로 급증했다. 상법 개정이 유한회사 봇물로 나타난 것이다.

물론 비공개 유한회사는 주식회사에 비해 규제 차익이 있다. 이 때문에 국회에는 유한회사 외부감사 의무화 등을 담은 법률 개정안이 여러 건 계류돼 있다. 그러나 유한회사가 공시를 안 해 세금을 빼돌릴 것이란 추측은 지나치다. 국세청이 그리 허술하지 않다. 조세 회피가 문제라면 세법·세정으로 접근하면 된다. 기부를 문제삼는 것은 준조세 요구나 마찬가지다. 기업 스스로 결정할 일이다.

유한회사 붐의 이면에는 무엇보다 기업에 대한 과도한 투명성 규제가 도사리고 있다. 상장기업 공시의무는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어서 상장을 기피할 정도다. 비상장 기업조차 재벌 개혁이란 명분 아래 규제가 강화돼 외국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니 그들이 국제기준보다 센 한국의 규제를 유한회사로 비켜가는 것을 부도덕하게만 볼 일은 아니다. 기업 형태에는 정답이 없다. 독일에는 오히려 유한회사가 훨씬 많고 무역업계에선 흔한 형태다. 유한회사에 공시의무까지 요구하는 것은 지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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