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창출·부가가치 창출에 기여할
실력·인프라 갖춘 강자를 선정해야"
심상진 < 경기대 교수·관광학 >
우리나라는 수출입비중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100%에 가까울 정도로 무역의존도가 높다. 그런데 올해 수출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감소하면서 4970억달러에 그칠 전망이다. 연 수출 5000억달러가 무너진 건 2010년 이후 6년 만이고, 2년 연속 감소는 1957~1958년 이후 58년 만이다. 내년에는 외환위기 때보다 더 큰 위기가 올 것이라는 경고까지 나온다.
지난 9월27일 세계관광의 날에 세계관광기구(UNWTO)는 “관광산업은 강력한 경제 부문이자 평화와 번영으로 가는 패스포트와 같다”며 한 나라의 경제에서 관광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날로 커지고 있음을 강조했다. 실제로 관광산업은 국가의 미래 경쟁력과 성장동력을 담보하는 주요한 축으로서 중국, 일본 등 많은 나라가 정부 차원의 진흥 정책을 펼치고 있다. 관련 통계에 따르면 한국 관광산업의 취업유발계수는 52.1명으로 제조업(24명)의 2배, 정보기술(IT)산업(9.7명)의 5배나 된다.
관광산업은 여러 분야가 복합적으로 연계돼 있지만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면세점 부문이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면세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2015 외래관광객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가장 많이 쇼핑하는 곳은 시내면세점이었다. 시내면세점 쇼핑 비율은 2011년부터 꾸준히 증가해 2015년에는 외국인 쇼핑 메카로 알려진 명동을 앞서기도 했다. 면세점 매출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10년 0.35%에서 지난해 0.64%로 5년여 만에 두 배 가까이로 높아졌다.
특히 시내에 자리잡은 한국형 면세점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관광쇼핑 복합단지’라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이는 정부가 지난 3월 2018년 2000만 관광객 유치 목표 달성을 위해 서울 시내면세점 신규 특허를 추가하기로 결정한 배경이다. 오는 17일 사업자 추가 선정이 이뤄지는데 대기업 5곳과 중소기업 5곳이 경합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기업들은 각기 장점을 내세우며 경쟁하고 있지만 핵심적인 운영 능력보다 사회공헌 활동이나 주차 등 부차적인 문제에만 힘을 쏟는 것 같아 안타깝다.
면세점은 한국의 미래 먹거리를 창출할 수 있는 관광산업의 핵심이다. 면세사업자 선정은 외국인 관광객 유치 역량과 이들의 구매를 증대시킬 수 있는 상품구성 능력, 브랜드 협상력 등을 바탕으로 고용창출과 경제적 부가가치 확대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실력과 인프라를 갖췄는지가 핵심 기준이 돼야 한다. 면세특허 심사위원의 전문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면세점을 잘할 수 있는 기업, 관광인프라와 노하우를 갖춘 기업, 중소 협력업체와도 상생할 기업을 잘 골라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심사위원들에게 있다. 또 면세산업의 특수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공정·투명하고 객관적인 심사를 해야 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관세청은 사후에라도 심사위원 명단 공개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번 심사에서는 ‘증명하기 힘든 가능성’의 아마추어가 아니라 ‘적시 안타’를 쳐낼 수 있는 프로페셔널을 가려내야 한다. 프로와 아마추어 간 기회의 차이가 문제라면 앞으로 국회에서 충분히 검토하고 해결책을 찾으면 된다.
세계의 면세점은 자국 경제활성화와 고용창출에 기여하기 위해 매일 관광올림픽을 치르는 판이다. 올림픽에 출전할 선수는 많은 훈련과 경험으로 확실하게 메달을 딸 수 있는 핵심역량을 갖춘 후보를 선발해야 마땅할 것이다. 관광보국을 내걸고 거세게 도전하는 일본 등 주변 국가들에 맞서 우승할 수 있는 우수한 플레이어를 꿰뚫어보고 선발하는 혜안을 발휘해주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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