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공용우산 비치부터 유니폼 개선·금요일 칼퇴근 등
건의사항 절반 이상 해결
[ 정지은 기자 ]
김수천 아시아나항공 사장은 아무리 바빠도 한 달에 한 번 이상은 꼭 현장 직원들과 점심식사를 같이한다. 각 분야 현장 직원 10여명씩을 모아 도시락을 먹으며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눈다. 김 사장은 직원들에게 직장생활의 어려움, 건의사항, 인생 고민 등을 허심탄회하게 듣고 조언한다. “서로 웃으며 격려하고 힘이 돼주는 기업문화를 조성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 김 사장의 경영철학이다. 모임 이름도 웃으면 복이 온다는 뜻의 ‘소문만복래(笑門萬福來)’로 지었다.
이 모임은 김 사장이 2014년 2월 아시아나항공 사장이 된 이후 3년째 이어오고 있다. 총 64차례에 걸쳐 만난 직원 수만 698명에 달한다. 사장 취임 직후 현장 목소리를 듣겠다는 취지에서 6개월 정도 하려던 게 일상적인 행사로 자리잡았다. 김 사장은 “직원들의 얘기를 많이 들으려고 노력한다”며 “현장 목소리를 들으며 소통하는 게 경영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회사 기업문화가 좋아야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소문만복래는 직군별로 보는 데 그치지 않고 주재원 출신, 신입사원, 운항 인턴, 여성 관리자 등 공통 주제를 정해 열기도 한다. 지난달 27일에는 서울 여객지점 영업 담당자 15명과 소문만복래를 진행했다. 김 사장은 이날 직원들에게 “내가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인생지침서인데 여러분에게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친필 서명이 들어간 《논어》를 선물했다. 회사생활은 물론 인생 선배로서의 조언도 잊지 않았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한 직원은 “형식적이지 않고 편하게 소통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젊은 직원 사이에서 이 모임은 인기가 높은 편이다. 사장과의 점심 릴레이가 다른 대기업에선 흔치 않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이 수익성 개선을 위해 지난해부터 구조조정을 하는 와중에 직원들의 불안감이나 궁금증을 해소하는 데도 도움이 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사장은 소문만복래에서 들은 직원 의견을 꼼꼼히 메모했다가 회사 경영에 최대한 반영한다. 그동안 나온 건의사항 94건 중 절반이 넘는 60건을 들어줬다. 매주 금요일은 ‘페밀리데이’로 지정해 오후 5시에 퇴근하도록 하는 게 대표적인 예다. 저녁에 가족과 보낼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듣고 그냥 넘기지 않은 것이다. 현장 노후시설 개선, 사내 공용우산 비치, 화물서비스 직원 유니폼 개선 등도 소문만복래에서 나온 건의사항이 반영된 사례다. 김 사장은 소문만복래를 꾸준히 이어가며 소통하는 기업문화를 확산시킬 계획이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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