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경준 '넥슨 공짜주식' 무죄, "대가성 없다"…130억 추징 못 해

법정 속기록

"처남에 100억대 일감 줘라"
대한항공 압박한 혐의는 유죄
진 전 검사장 1심서 징역 4년

김정주 NXC 대표는 무죄
30년 지기의 '엇갈린 운명'


[ 이상엽 기자 ] ‘30년 지기’ 진경준 전 검사장과 김정주 NXC(넥슨지주회사) 대표의 운명이 갈렸다.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김진동)에서 열린 두 사람의 1심 선고공판에서다.

재판부는 이날 ‘넥슨 공짜주식’ 특혜를 받고, 대한항공을 압박해 처남의 청소용역업체에 100억원대 용역을 몰아주게 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진 전 검사장에게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핵심 혐의인 넥슨 공짜주식 관련 부분은 직무 관련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죄로 판단했다. 주식 매각 등으로 얻은 차익에 부과된 130억여원 추징도 인정되지 않았다. 뇌물공여 혐의로 함께 기소된 김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장에는 68년 검찰 역사상 처음으로 구속기소된 검사장에 대한 선고라는 세간의 관심을 반영하듯 재판 시작 30분 전부터 많은 방청객이 몰렸다. 하늘색 수의를 입은 진 전 검사장과 양복 차림의 김 대표는 피고인석에 나란히 서서 판결문 낭독을 경청했다.

진 전 검사장은 2005년 6월 김 대표로부터 4억여원을 빌려 비상장 넥슨 주식 1만주를 샀다. 이듬해 이 주식을 팔아 넥슨재팬 주식을 사들인 진 전 검사장은 추후 보유 주식을 매도해 126억여원의 차익을 남겼다. 또 2008년부터 1년여간 넥슨 명의로 빌린 고급 자동차를 무상으로 사용했다. 김 대표는 2005년부터 약 10년간 진 전 검사장 가족 여행비 명목으로 5000여만원을 대신 내기도 했다. 검찰은 김 대표가 28차례에 걸쳐서 비상장 주식과 고급 자동차 등 9억5300여만원 상당을 진 전 검사장에게 제공했다고 보고 두 사람을 기소했다.

재판부는 진 전 검사장과 김 대표 사이의 주식 대금 등 넥슨 관련 부분을 모두 무죄로 판결했다.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진 전 검사장이 검사란 이유만으로 대가성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김 대표가 주식 등을 제공한 지난 10년 동안 두 사람 사이에 대가성을 입증할 만한 어떤 사건도 없었다”며 “취득한 이득과 발생한 현안 사이에 그 어떤 연관성도 찾아보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두 사람이 각각 검사와 사업가가 되기 전부터 ‘친밀한 사이’였다는 점도 고려했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진 전 검사장과 김 대표에게 각각 징역 13년과 2년6개월을 구형했던 검찰은 반발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주요 쟁점에 대해 법원과 견해차가 있는 만큼 판결문을 분석한 뒤 항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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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엽 기자 ls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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