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대의 사기꾼 '조희팔 사건' 소재로 한 '마스터'
주연 이병헌, 영화 위해 필리핀 영어도 '마스터'
조직폭력배(조폭)·비리 검사· 뇌물 정치인. 최근 몇 년 간 한국 영화계 단골 소재다.
이들이 등장하는 '범죄 영화'가 아니고는 다른 소재를 찾아보기 쉽지 않을 정도다. '범죄와의 전쟁' '신세계' '베테랑' '내부자들'까지 범죄 영화의 계보가 이어진다.
◆ "참고할 현실 속 사기꾼 많았죠"
오는 21일 개봉하는 새 영화 '마스터'(조의석 감독)도 기본 골격은 다르지 않다. 조폭을 연상케하는 금융 업체 회장과 배후에 있는 정치인, 이들을 잡으려는 경찰 간의 대결이 영화의 골자다.
배우 이병헌은 '마스터'에서 금융 업체 '원네트워크' 회장 진현필 역을 맡아 비리의 중심에 선다. '내부자들'에 이어 또 다시 악역으로 등장해 범죄 영화의 정석을 보여준다.
"영화는 '사회'를 그대로 반영하죠. 범죄나 비리 영화가 많아진다는 건 (사회가) 그만큼 안 좋아진다는 얘기입니다. 배우 입장에서는 다양한 장르 영화들이 나와야 하는데 범죄 영화만 계속해서 나오는 상황이 안타깝죠."
'마스터'는 온갖 범죄 중에서도 '금융 범죄'를 소재로 한다.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피라미드 사기였던 '조희팔 사건'을 모델로 해 만들었다. 이병헌이 연기한 진현필이란 이름도 조희팔 초성을 따서 지었다.
진현필은 '초저금리 시대 가장 확실한 재테크'란 감언이설로 서민들의 쌈짓돈을 뜯어내고, 뇌물을 갖다 바치며 권력에 빌붙는다. 돈을 위해서라면 사람을 죽이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병헌은 진현필을 연기하기 위해 조희팔 뿐 아니라 현실 속 여러 인물들을 참고했다.
"좀 참담한 얘기이긴 하지만 조희팔 외에도 참고할 만한 사기꾼들이 정말 많았죠. 단 현실을 참고하되 다큐멘터리가 아닌 영화적 '허구'로 포장해야 한 만큼 제 나름대로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었습니다."
이병헌은 진현필을 연기하면서 대본에 없던 애드리브(즉흥 대사)도 몇 가지 넣었다. 영화적 재미를 위해서다. '양면 테이프' '패티 킴' 등의 대사와 '손등 키스' 같은 장면들이 그의 머릿 속에서 나왔다.
영화를 보는 관객 입장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올 수 있는 대목이지만 이병헌은 애드리브를 하면서도 진현필의 악한 모습을 표현하는 데 주력했다.
"몇 가지 재미있는 애드리브가 더 있었어요. 하지만 코믹적 요소를 너무 넣으면 자칫 진현필에 대해 관객이 친근함을 갖게 될 수 있겠다 싶어 경계했죠. 진현필은 누구에게도 친근함을 줘서는 안되는 악인이거든요."
◆ "강동원·김우빈 생전 처음 봤어요"
'마스터'는 상영 시간이 143분에 달하는 다소 긴 영화다. 두 시간 넘게 이어지는 영화는 자칫 지루할 수 있지만 국내에서 벌어지는 사기와 필리핀에서 펼쳐지는 추격이 나눠져 상영 내내 긴장감을 유지한다.
이병헌은 영화 후반부 주 무대가 필리핀이라는 점을 감안해 '필리핀식 영어'까지 마스터했다. 진현필이 국내를 넘어 필리핀에서도 사기를 치려면 현지 영어를 구사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서다.
"필리핀식 영어는 제 아이디어였어요. 필리핀에서 사업하는 친구 녀석을 보고 '현지식 발음을 적용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감독이 필리핀 배우를 캐스팅하러 현지에 갔을 때 내 대사를 좀 읽어서 녹음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걸 받아서 들으며 연습했죠."
이병헌은 '마스터'에서 배우 강동원, 김우빈과 호흡을 맞췄다. 강동원은 진현필을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경찰 김재명 역을, 김우빈은 진현필 최측근이었다가 후에 김재명과 손을 잡는 전산실장 박장군 역을 각각 맡았다. 이병헌은 이번 영화를 통해 강동원과 김우빈을 난생 처음 만났다.
"배우들은 보통 작품이 아니어도 시상식장 같은 곳에서 한번쯤은 만나거든요. 동원이와 우빈이는 정말 처음 봤어요. 둘다 대본을 보며 연구를 굉장히 많이 하는 하더라고요. 연기를 보고 너무 잘해서 놀랐죠."
이병헌은 '마스터' 이후에도 '싱글라이더'와 '남한산성'으로 활동을 이어간다. 공효진과 호흡을 맞춘 영화 '싱글라이더'는 개봉을 앞두고 있고 김윤석, 박해일, 고수와 함께한 '남한산성'은 현재 촬영 중이다.
최근 몇년 간을 쉬지 않고 달려왔지만 여전히 작품에 대한 욕심이 휴식을 바라는 마음보다 크다.
"어떤 날은 '좀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죠. 육체적인 건강을 위해서 뿐 아니라 배우로서도 재충전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쉬려고 하면 또 좋은 시나리오가 들어오니까 그게 마음대로 되지 않네요."
권민경 한경닷컴 기자 kyoung@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info@hankyung.com
ⓒ 한국경제 & hankyu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