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이나 공휴일에 약국이 모두 문을 닫는 바람에 낭패를 당한 국민이 적지 않을 것이다. 당번 약국제가 있다지만 이 역시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 편의점에서 일부 약을 팔고 있지만 극히 한정적이다. 화상 판매기 도입은 바로 이런 점들을 개선하자는 게 목적이다. 한국이 처음도 아니다. 약사회는 자판기가 일부 자본가의 수익만 불려주고 국민 건강에도 나쁘다고 강변하지만 우리가 보기에는 오히려 그 반대다. 화상 자판기를 통해 약품의 오남용 우려 없이 국민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면 국민에게도, 동네 약국에도 도움이 된다고 하는 게 맞을 것이다.
규제개혁 얘기만 나오면 일단 반대부터 하는 게 한국의 이익단체들이다. 원격의료가 28년째 시범서비스만 되풀이하고 있는 것도 대한의사협회의 반대에 막힌 탓이다. 일본은 원격의료 허용에 약 택배로, 중국도 인터넷병원 설립에 온라인 약 배송으로 질주하는데 한국만 전혀 다른 세상이다. 이익단체 반대만 아니었으면 의료개혁에서 가장 빨랐을 한국이 지금은 가장 뒤처진 국가로 전락하고 있다.
로스쿨을 끊임없이 흔들며 과거의 사시(司試) 신분제로 돌아가려는 법조단체도 다를 게 없다. 법률시장 개방을 막는 세력도 법조단체다. 농업개혁은 농민단체가, 노동개혁은 노동단체가 극렬하게 저항한다. 공공·교육·금융개혁도 다를 게 없다. 약사회는 화상 자판기 도입까지 무산시키려 든다. 이익단체들은 툭하면 정부를 비판하지만 사회 발전을 가로막는 진짜 주범은 바로 이들이다. 앞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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