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개발~인허가 '원스톱 처리'
입주사 임상비 20분의 1로 줄어
모건스탠리와 펀드 조성도 추진
선경 이사장 "조 단위 수출 가능"
[ 박영태 기자 ]
지난 10월 충북 오송첨단의료복합단지를 찾은 유럽 최대 바이오 클러스터인 프랑스 제노폴 관계자들은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신약 후보물질 개발부터 동물실험, 임상시험, 시약 생산 등 바이오 의약품과 의료기기 개발을 지원해주는 최신 시설을 둘러보고 나서다.
선경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이사장(사진)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개발부터 판매 허가까지 전 주기에 걸친 지원 시스템을 갖춘 바이오 클러스터”라며 “동남아시아 중남미 동유럽 등지에서 벤치마킹하고 있다”고 말했다.
◆입주 기업 인허가 6개월 이상 단축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은 보건복지부 미래창조과학부 산업통상자원부 충청북도 등의 지원을 받아 2011년 출범했다. 2038년까지 4조30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2200억원을 투자해 신약개발지원센터 첨단의료기기개발지원센터 실험동물센터 신약생산센터 등 4개 연구지원센터를 운영 중이다. 임상시험센터도 내년에 착공한다. 선 이사장은 “임상시험센터가 건립되면 입주 기업의 신약 개발 기간이 단축되고 개발 비용 부담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1113만㎡ 규모로 조성된 오송첨단의료복합단지에는 메타바이오메드 등 99개 바이오 의약품과 의료기기 업체가 입주해 있다. 입주 업체들은 임상시험 비용이 최대 20분의 1까지 줄어드는 혜택을 받는다. 인허가 지원도 제공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직원 2명이 상주하면서 연구개발 초기부터 인허가에 필요한 서류 절차 등에 도움을 준다. 이 때문에 입주 기업들은 통상 2년 안팎인 인허가 기간을 6개월 이상 단축할 수 있게 됐다.
◆“스타 바이오 기업 육성”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의 역할은 기초연구 개발부터 상품화 단계에 이르는 과정에서 바이오 벤처가 맞닥뜨리는 ‘죽음의 계곡(데스밸리)’을 넘도록 돕는 일이다. 고가 장비나 시설을 저렴한 비용에 제공한다. 입주 기업의 자금 조달을 돕기 위해 모건스탠리 등과 바이오펀드 조성도 추진 중이다.
목표는 스타 바이오 기업 육성이다. 선 이사장은 “세계적 바이오 기업이 나와야 한국 바이오산업의 경쟁력이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부 입주 기업은 벌써부터 코스닥뿐만 아니라 나스닥 상장을 추진할 정도로 성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형 바이오 클러스터 수출”
선 이사장은 ‘한국형 바이오 클러스터’ 수출을 추진 중이다. 바이오 원천기술은 물론 글로벌 제약사가 없는 동남아 등에서 바이오산업 육성을 위해 한국의 정부 주도형 바이오 클러스터에 관심이 많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처럼 바이오 벤처, 대학, 글로벌 제약사 등이 자생적으로 협업하는 방식의 바이오 클러스터를 조성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선 이사장은 “일부 국가에서 한국형 바이오 클러스터 도입에 관심이 많아 조 단위 규모의 수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단이 풀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정부 지원이 줄면서 인력 충원율과 장비 가동률은 당초 계획 대비 40% 안팎에 머물고 있다. 정부가 재단에 재정 자립을 요구하고 있는 것도 걸림돌이다. 선 이사장은 “의약품 수탁생산 등 자립 기반을 마련하고 있지만 바이오 벤처를 육성하려는 정부가 재단 지원을 축소하려는 것은 아쉽다”고 말했다.
오송=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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