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내각 인선 사실상 마무리…감세·규제완화 속도낼 '현장맨' 대거 포진

입력 2016-12-14 19:10  

3개 부처 뺀 12개 장관 지명
경제는 월가·안보는 군 출신 장악



[ 워싱턴=박수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13일(현지시간) 렉스 틸러슨 엑슨모빌 최고경영자(CEO)를 초대 국무장관에 지명하면서 차기 백악관과 행정부 주요 보직에 대한 조각 작업을 사실상 마무리지었다. 15개 부처 장관 가운데 내무·농무·보훈처 등 3개 부처를 뺀 12개 부처 장관 인선이 끝났다. 나머지 장관 인사도 다음주 완료될 전망이다.

트럼프 당선자의 첫 내각 인선의 키워드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 정책 뒤집기’(ABO·Anything But Obama)와 ‘속도전’으로 압축된다. 틸러슨 내정자는 친(親)러시아 성향의 공직 경험이 전무한 ‘아웃사이더’로, 기존 미 행정부의 외교 정책의 틀을 뒤집을 카드다. ‘하나의 중국’ 원칙을 흔들어 미국의 패권에 도전해온 중국을 압박하는 한편 러시아를 끌어안아 기존 오바마 행정부와 완전히 다른 새 판을 짜겠다는 구상이다.

트럼프 당선자는 이날 위스콘신주 웨스트앨리스에서 한 당선사례 유세에서 “틸러슨은 우리가 잘 지내지 못하는 (러시아를 포함한) 세계의 많은 정상과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데 이게 내가 틸러슨을 택한 이유”라며 “우리에게는 새로운 방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CNN방송은 “트럼프 당선자가 이미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외교정책을 뒤집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당선자는 이 밖에 최저임금 인상 반대론자인 앤드루 퍼즈더 CKE레스토랑 CEO를 노동부 장관에, 오바마케어(오바마 대통령의 전 국민 강제의료보험 제도) 비판론자인 톰 프라이스 하원의원을 보건복지부 장관에, 교육 선택의 자유를 옹호하는 교육활동가 베치 디보스를 교육장관에, 탄소규제 반대론자인 스콧 프루이트 오클라호마주 법무장관을 환경보호청(EPA) 청장에 지명하며 ‘오바마 지우기’를 예고했다.

경제부문에선 월가에서 잔뼈가 굵은 실적우선주의 기업인을 대거 채용하며 일자리 창출 ‘속도전’에 나서는 모양새다. 트럼프 당선자는 이날 연설 후 트위터를 통해 “차기 정부는 세 가지 중요한 일에 집중할 것이다. 일자리, 일자리, 일자리가 그것이다. 지켜봐달라”고 썼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윌버 로스 상무장관 내정자, 게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내정자는 모두 실적주의 업무 스타일에 능한 월가 출신으로, 향후 일자리 창출에 초점을 맞추고 감세와 규제완화, 인프라 투자, 보호무역주의 통상정책 등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 정가 관계자는 “아웃사이더인 트럼프는 2018년 중간선거와 2020년 대선을 승리하기 위해 가시적인 성과가 필요하다”며 “단기성과를 낼 전투적인 현장 경영자들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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