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축구 굴기' 빨라지는데, K리그는 '셀링 리그'

입력 2016-12-15 10:22  


중국이 '축구 굴기'에 속도를 내는 것과 달리 한국 K리그는 '셀링 리그'가 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스타급 선수들이 줄줄이 해외로 진출하면서 K리그는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는 상황이다.

15일 축구업계에 따르면 중국 슈퍼리그(CSL)의 상하이 상강은 영국 프리미어리그(EPL) 첼시 미드필더인 오스카(브라질)를 영입하기 위해 6000만파운드(한화 약 890억원)에 달하는 이적료를 제시했다.

이는 첼시 구단 역사상 최대 규모 이적료다. 첼시는 상하이 제안을 받아들였고 오스카 결정만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지난 2월 시진핑 국가주석이 '축구 개혁 종합 방안'을 내놓은 이후 해외 축구 스타를 영입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K리그 선수 뿐 아니라 유럽과 남미 선수들까지 '수집' 중이다. 지난 시즌 CSL 구단들이 사용한 이적료만 2500억원에 달한다.

이와 달리 K리그는 셀링 리그로 변하고 있다. 최근 2~3년 동안 김승대, 윤빛가람, 이명주 등 K리그 간판급 선수들이 중국 혹은 중동으로 떠났다. 이장수, 박태하, 최용수 등 감독들의 이탈도 가속화하고 있다. 이들의 해외 진출엔 '유출'이란 표현마저 쓰인다.

최강희 전북 현대모터스 감독은 지난 시즌 K리그 클래식 2연패에 성공한 직후 "이런 흐름이라면 4~5년 안에 (K리그) 위기가 닥친다"고 경고했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K리그가 살아나기 위해선 스타 선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중에게 익숙한 선수가 K리그에 그리 많지 않은 게 현실"이라며 "구단별 골수팬 만 명으로 모으려기보단 보편적 관심이 커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프로선수가 더 좋은 조건의 해외 팀으로 이적하는 일을 막을 방법은 없다. 국내 구단들은 경영 부담을 이유로 선수 영입을 위한 투자에는 소극적이다. 특히 시민구단 경우 선수 영입은 커녕 구단을 운영할 자금마저 여의치 않다.

인천 유나이티드와 광주 FC는 시즌 중 예산이 바닥나 임금체불 사태가 벌어졌다. 상주 상무는 홈 경기 시작 3시간을 앞두고 그라운드 상태 불량으로 경기가 연기되는 미숙한 운영을 보이기도 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 발간한 '스포츠산업백서'를 통해 경쟁력 없는 시민구단의 무분별한 증가가 K리그를 어렵게 한다고 지적했다.

'스포츠산업백서'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단들이 자립 기반을 마련하는 등 경영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진단했다. 구단 수익 증대를 위해 연맹 차원에서 마케팅을 강화하고 상품 개발과 유통망 구축을 지원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프로축구연맹은 K리그 활성화를 위해 TV 중계 채널을 늘리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다. 중계권 수입이 65억원에 불과한 연맹은 편성을 늘리기 위해 일부 방송사에 제작 지원금까지 냈다.

김재형 프로축구연맹 홍보마케팅팀장은 "K리그 시즌이 프로야구와 겹치고 해외축구가 중계되면서 K리그가 위축된 면도 있다"며 "시청률이 높은 편은 아니지만 중계방송을 지속적으로 늘려 K리그를 더욱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지출 절반인 120억원을 광고와 마케팅 비용으로 사용한 연맹은 내년부터 더욱 활발한 홍보에 나설 계획이다.

스폰서와 함께하는 프로모션을 확충하고 팬들에게 실시간 경기 정보 등을 제공하는 모바일 플랫폼을 개발한다.

모바일 버전은 스포츠투아이가 개발 중이다. 이 업체가 프로야구용으로 만든 콘텐츠인 '비더레전드'는 안타를 기록하는 선수를 50경기 연속으로 맞히면 1억원의 상금을 지급해 야구팬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다. 축구판 '비더레전드'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김 팀장은 "경우에 따라선 '비더레전드' 같은 이벤트 서비스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전형진 한경닷컴 기자 withmol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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