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사태(1) 천금을 잃고 세기의 망신을 당한 나라

입력 2016-12-15 13:47  



(편집자주-해운업계 원로 정남돈 선생이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신청 이후 본지 기자에 보내온 글입니다. 정남돈 선생은 1990년 조양상선이 국내 최초로 세계일주항로를 개척할 때 개발팀장을 맡아 활약했고, 이후 세양선박 대표 등을 지냈습니다. 모바일한경은 앞으로 정 선생이 보내온 해운업 관련 기고를 연재할 계획입니다. 기고문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1. 서언

참으로 답답하다. 거리는 온통 대통령의 하야를 외치고 경제는 위축되어 암울한데 생필품 가격은 인상된다하니 더욱 답답하다. 백주 대낮 같이 밝은 세상에 무슨 부정과 부패가 있었는지 대통령은 담화문으로 사과를 발표하고 검찰은 뒤지며 열심히 찾고 있다만 백성의 심정은 나락에 빠졌다.

부산 신항 부둣가에는 아직도 못 찾아 간 한진 선박의 컨테이너가 즐비하고 하역 못한 선박도 4~5척 정도 외항에서 대기하고 있단다. 매사가 풀리는 것 없이 막혀 있는데다 청와대 마저 나라를 움직였던 중심 관료들이 구속으로 이어진다. 참 어수선하다.

각국 해양 전문가들은 한진해운 사태를 보고, 우리의 해양 정책에 강한 의문을 내비치고 전연 이해할 수 없는 엉뚱한 한진해운 청산사건이 일어났다고 힐책한다. 한진해운의 갑작스런 법정관리로 전 세계 항만이 고초를 겪고 있다고도 했다. 아직도 뒤처리가 미흡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이로 인해 그들은 이 관련비용 증가 발생 분을 어디에 부과해야 할지를 놓고, 항만 업자들 간 상호 의논하고 있다. 차후 유사한 사건의 반복을 막기 위해...

가뜩이나 어려운 한국 해운업은 수십 년간 쌓아온 네트워크와 신뢰도를 한 순간에 다 잃었다. 천금을 다 잃고 각국의 경제계로부터 눈총과 질책당하고 있다. 여하간 한국 정부의 무모한 결정으로 세계 항만들을 이렇게 고통스럽게 하고 있으며, 하역 후 돌아온 빈 컨테이너들은(최소 각 항구 마다 1만8000개 이상) 부두에 즐비하게 쌓여 움직이지 않으니, 해당 터미널의 기능을 방해해 큰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니 한국 해운 이미지와 그 입지는 사정없이 떨어져 추후 어떤 방향이 좋을지 참으로 고민된다고 말한다. 지금은 온통 걱정뿐이다.

2. 현재의 사정

지난 과거를 얘기한들 뭣하랴.. 처절하게 고생하며 달팽이처럼 기듯 숨죽이며 서서히 바다 산업을 일으키고자, 그리고 우리 손으로 새 세상을 건설하고자 했다. 얼마나 많은 우리 민초들의 생명이 그곳에서 개척초기 투쟁하였으며, 모진 차별과 전투를 벌이다 아무 보상이나 가치도 없이 희생되어, 멀리 갔는지 일일이 열거할 수 없다. 북쪽이 막혀 유일한 퇴로, 그 틈새, 남쪽 바다로 간 그 전사들은 다 돌아오지 못했는데 우리가 근대화를 잘 했다고 혼자 자화자찬에 빠지지는 않았는지 자성해야 한다. 제발 이 기회에 정신 바짝 차렸으면.

그렇게 모래알 펼쳐놓은 황무지 벌판에 가 반석도 없는 땅에, 바다산업을 일으키고자 공을 들였다. 현지인들에 당하고 돌아오면 정부의 고자세에 주눅이 들어, 수없이 반복하며 부수어 퇴출당했다. 정부는 부족한 사기업 재정을 도와주거나 감싸기는커녕 부도내고, 무자비한 합병 등으로, 권력의 힘을 약자인 기업들에 과시했다. 미지의 세계를 개척하는 초기 해운 기업은 개척자도 일처리가 서툴기 마련인데 그렇게 재정만 보고 반복해 죽일 수 있나. 부도가 나면 국가가 무서워 죽어야 했다. 중소기업의 주인은 IMF 사태에서 또 백마강 궁녀처럼 떨어져 이생을 하직했다.

이런 오류를 피하고자 만든 해양수산부도 없앴다가 부활시시켰다. 그렇게 회생한 해수부는 해운사들 생사는커녕 그 방패 역할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비전도 국가 기능의 중요성도 도움을 주지 못했다. 그러니 마구잡이로 퇴출시킨다. 그들은 모두 쓸모없는 행정가였던 것이다. 국가 전시 동원에 필요한 선박도 모조리 처리해 버렸다. 마치 시스템이 없이 행동한다. 행정이 없어도 바다에 나간 선장은 배를 잘 움직이는데, 무슨 놈의 정책관은 그리 많은지. 정책 꼬락서니는 하염없이 변화도 개혁도 없고, 기업에 도움도 못 준다. 얼치기들이 부처를 만들어 옥상옥만 더했으니, 메가 정기선 운항의 시스템과 그 메커니즘도 모르면서 위기 시에는 대처도 지휘도 못하고 돌부처 신세로 남는다.

식민 백성이 독립 후 초기에는 독립적이고 독보적인 민족 경제개혁으로 새 조국 건설이 주 임무인데, 지금 이스라엘과 우리의 처지를 비교하면 내실이 너무나 차이가 난다. 어찌 이 거대한 바다 산업이 한사람의 실없는 인간에 휘둘리나...

언론에선 최순실의 영향이라 하고, 금융당국자들은 아니라 변명한다. 대우조선에 쏟아부은 것과 비교하면 그 실체가 여실히 드러나는 데도 아니라고 한다. 모순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니 옳은 논리가 없는 기만정책만 펴는 것이다.(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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