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박은 후보로 유승민 거론
손학규측 "상상 조차 할 수 없어"
[ 홍영식 기자 ]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에서 비상대책위원장 후보로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15일 알려졌다. 새누리당은 오는 21일 이정현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 사퇴 이후 당을 비대위 체제로 전환할 예정이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이날 “당초 친박-비박(비박근혜)계 중진협의체에서 비대위원장 후보 가운데 한 명으로 손 전 대표도 물망에 올렸으나 대통령 탄핵으로 ‘없던 일’이 됐다”며 “친박계 일각에서 여전히 손 전 대표를 비대위원장 후보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친박계가 이런 구상을 하는데는 ‘손학규 카드’로 비박계를 붙잡아 분당을 막자는 의도가 깔려 있다. 비박계가 대거 탈당한다면 친박 위주의 새누리당은 유력한 대선 후보를 낼 수 없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지지율이 떨어지고 분열된 새누리당으로 올 가능성이 희박하다. 기존 대선주자인 남경필 경기지사는 이미 탈당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원희룡 제주지사도 분당되면 당을 떠날 가능성이 높다.
당의 한 관계자는 “손 전 대표를 영입해 당의 분열을 막고, 반 총장까지 가담한다면 이들과 유승민 의원을 비롯한 기존 주자들이 경선 과정에서 맞붙어 ‘바람’을 일으키고 국민의 시선을 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비박계에선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비박계 한 의원은 “친박계에서 이런저런 궁리를 하지만 2007년 대선 경선을 앞두고 한 번 당을 떠난 손 전 대표를 다시 받을 수 없다”며 “친박계 지도부는 하루빨리 사퇴하는 게 분열을 막는 길이다. 당을 망친 사람들이 후임 인선을 주도하는 것도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손 전 대표 측은 “정치 기득권 및 패권 세력에 맞서 정치의 판을 짜야 한다고 주장해온 손 전 대표로서는 가장 추악한 정치 패권 세력인 친박계와 손을 잡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라며 “기득권 타파를 주장해온 손 전 대표에 대한 모함”이라고 말했다.
친박 측은 손 전 대표 이외에 이인제·김태호 전 의원과 박관용 전 국회의장을 비대위원장으로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비박 측은 16일 선출되는 신임 원내대표가 대표 권한대행으로서 각계 의견을 수렴해 비대위원장을 선임하는 게 적절하다는 의견이다.
비박 일각에선 유승민 의원이 위원장 후보로 거론된다. 비대위원장 선임을 놓고 갈등이 심화되면 연말 비박계의 집단 탈당으로 새누리당은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있다.
홍영식 선임기자 y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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