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후 기자 ] 정부가 조류인플루엔자(AI) 위기경보 단계를 사상 처음 ‘심각’으로 상향 조정했다. 심각은 AI 위기경보 중 가장 높은 단계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5일 가축방역심의회를 열고 AI 위기경보 단계를 ‘경계’에서 ‘심각’으로 상향 조정하기로 의결했다고 발표했다. 세부 방안은 행정자치부 국민안전처 등 정부부처들과 협의를 거쳐 결정할 방침이다.
국내 농가에서 첫 AI 의심 신고가 접수된 것은 지난달 16일이다. 이후 1주일 만에 전남과 충북 등 광역자치단체 두 곳에서 AI 확진 판정이 내려지자 정부는 같은 달 23일 위기경보를 ‘주의’에서 ‘경계’로 높였다. 지방자치단체에 대책본부와 상황실을 설치하고 방역에 들어갔으며 한시적인 이동금지명령(스탠드스틸)도 내렸다.
정부 조치에도 AI는 계속 확산됐다. 위기경보를 ‘심각’으로 높이고 더 적극적으로 방역과 관리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방역당국은 “영남 지역 농가는 안전하고 사실상 ‘심각’ 수준으로 방역하고 있다”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했다.
정부 예측은 빗나갔다. 이날 부산 기장군의 토종닭 농가에서 고병원성 AI 의심 신고가 접수됐다. 영남권도 뚫릴 조짐을 보이자 정부는 ‘심각’으로 경보 수준을 높였다. 지금까지 도살 처분된 닭과 오리는 1140만1000마리에 달한다. 도살 처분 예정 마릿수(403만8000마리)까지 합하면 1500만마리를 웃돈다. 사상 최악의 피해를 낳은 2014년(1396만마리)보다 상황이 심각한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AI로 유발되는 직·간접적 손실이 4920억원(감염률 10%)에서 1조4770억원(감염률 30%)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날 기준 감염률은 7.5% 수준이다.
위기단계가 ‘심각’으로 상향 조정되면 농식품부에 설치된 AI 대책본부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로 이관돼 국민안전처를 비롯한 관련 부처가 모두 참여하는 범정부 기구로 격상된다. 발생 및 연접 지역에 설치된 거점소독시설을 전국 모든 주요 도로에 설치해 이동 통제를 강화하고, 상황에 따라서는 생닭과 생오리 등을 판매하는 전통시장 판매시설의 강제 폐쇄명령도 내릴 수 있다. 가금류에 대한 AI 백신 접종도 가능해진다. 김재수 농식품부 장관은 이날 AI 관계부처 차관 및 시·도 부단체장 회의를 하고 지자체에 AI 방역조치 강화를 당부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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