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종필 기자 ] “친박(친박근혜)계 실세들의 2선 후퇴부터 먼저 요청하겠다. 내가 요청하면 그들(친박 실세)도 2선 후퇴할 수 있을 것이다.”
정우택 신임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16일 당선 직후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출마하지 않았으면 (친박계와 비박계) 두 진영이 진흙탕 싸움을 벌였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또 “계파색이 옅은 인사가 출마해야 한다는 요구가 많았는데 (친박계에서) 유일하게 그런 사람이 나였다”고 했다.
정 원내대표는 중도 사퇴한 정진석 전 원내대표의 업무를 이어받아 곧바로 원내대표직 임무를 수행한다. 또 차기 당 지도부를 이끌 비상대책위원장이 선출될 때까지 ‘당 대표’ 역할도 겸한다.
범친박계로 분류되는 그는 원내대표 선거 과정에서도 계파색을 드러내지 않고 ‘중도 후보’임을 강조했다. 계파 갈등을 중재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도 내놨다. 그는 “(이정현 대표 사퇴 후 당을 이끌)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을 적당한 후보를 추천해줄 것을 중도와 비주류에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최근 결성된 친박계 모임인 ‘혁신과 통합 연합’에 대해 “참여하지 않겠다”며 “모임 해체를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비주류 수장 격인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 의원에 대해서는 “이른 시일 안에 접촉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두 야당이 “당분간 새누리당 지도부와 냉각기를 갖겠다”고 밝힌 데 대해 “정치 경험상 기다리면 될 일”이라며 “다소 인내가 필요하다”고 했다. 또 “곧 출범할 여·야·정 협의체는 여당뿐 아니라 야당에도 꼭 필요한 것”이라며 “군에서도 신병이 오면 고참이 따뜻하게 맞이해 주는 그런 태도를 (야당에) 기대한다”고 했다.
정 원내대표는 원내대표 경선에서 62표를 얻어 7표 차로 승리했다. ‘혁신과 통합 연합’ 모임에 참여 의사를 나타낸 친박 의원 50여명에 중립 성향 의원들의 득표가 합쳐진 결과로 해석된다. 정 원내대표는 득표 결과에 대해 “오히려 잘된 것”이라며 “정치적 포용력을 발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는 1978년 행정고시 합격 후 경제기획원에서 일하는 등 중앙의 요직에서 나라살림을 설계했다. 1996년 15대 총선 때 자민련 소속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재선 의원으로 40대에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냈다. 2006년 충북지사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 당내에서는 최고위원을 지냈고, 19대 국회에선 정무위원회 위원장으로 일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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