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 지 오래된 아파트 비율이 높은 곳에 공급되는 새 아파트에 수요자들의 관심이 쏠린다. 대부분 도심권에 들어서는 사례가 많아 중심 주거지의 생활 인프라를 그대로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공급되는 아파트인 만큼 대기수요가 풍부하고 실수요 위주여서 청약 및 계약 성적도 우수한 편이다.
지역 최고 청약 경쟁률 경신
18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입주 10년 이상 된 아파트가 많은 지역에서 분양한 단지들이 잇달아 지역 최고 청약 경쟁률 기록을 경신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지난 10월 울산 남구 야음주공2단지를 재건축해 공급한 ‘힐스테이트 수암’이 대표적이다.
이 단지는 1순위 청약에서 평균 110.17 대 1의 경쟁률을 보이며 올해 지역 내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지은 지 오래된 아파트 비율이 높은 곳에 오랜만에 공급되는 새 아파트라는 점이 주효했다. 부동산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울산 남구의 입주 15년 이상 아파트 비율은 68.7%로 전국 평균 58.8%보다 10%포인트 높다.
준공 10년 이상 아파트 비율이 67%에 달하는 경남 밀양시도 신규 아파트 수요가 높은 지역 중 하나다. 이 지역에서 지난달 분양한 ‘e편한세상 밀양강’은 1순위 청약에서 15.39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지난해의 11.81 대 1을 훌쩍 뛰어넘은 수치다.
지역 내 최대 청약접수 건수와 최고 평균 경쟁률을 모두 경신한 ‘그랑시티자이’도 입주한 지 오래된 아파트 비율이 높은 안산시에서 오랜만에 공급되는 대단지다. 지난 10월 이틀에 걸쳐 이뤄진 1순위 청약 접수 결과 3422가구 모집에 3만1738건이 접수돼 평균 9.27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계약·매매·가격 상승 두드러져
이런 단지들은 지역 대기수요가 풍부해 계약도 순조롭게 이뤄진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그랑시티자이’는 계약 시작 닷새 만에 완판(완전판매)됐다. 동별 계약자 주소지 분석 결과, 전체의 약 70%인 2600여가구가 고잔 신도시권인 고잔동, 사동, 초지동, 본오동 거주자로 지역 내 노후 아파트에서 갈아타려는 이전수요가 많았다.
노후 지역 속 새 아파트는 매매도 활발한 편이다. 전체 가구 중 준공 5년 이하 새 아파트가 7.5%에 불과한 서울 구로구 개봉동이 그런 사례다. 국토교통부 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10월 한 달간 2014년 입주한 ‘개봉 푸르지오’ 아파트 매매 실거래량은 9건인 반면 입주 15년차의 노후 아파트 ‘현대홈타운2단지’는 3건 거래됐다.
같은 지역이라도 새 아파트의 가격 상승 폭이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KB부동산 시세를 보면 2014년 입주한 ‘관악파크 푸르지오’ 전용 59㎡ 시세는 현재 4억4250만원 수준으로 전년 3억9500만원보다 약 12% 상승했다. 같은 기간 입주 13년차 단지인 ‘관악 푸르지오’는 7.28% 상승하는 데 그쳤다.
지역 내 잠재, 대기수요 풍부
이달에도 노후 주택이 많은 충남 논산, 경기 시흥, 부산 동래 등에서 새 아파트가 공급된다. 주변에서 보기 힘든 평면, 설계, 커뮤니티 시설 등이 도입돼 지역 내 랜드마크 역할을 할 전망이다. 현대건설과 GS건설은 10년 이상 된 아파트 비율이 70%에 달하는 논산시에 ‘힐스테이트자이 논산’을 분양한다. 논산 첫 1군 브랜드 단지로 인근에서 보기 힘든 알파룸, 대형 드레스룸, 팬트리, 지하 세대창고 등을 갖춘다.
입주 10년 이상 아파트 비율이 86%에 달하는 대표 노후지역 시흥시에는 2개 단지가 공급된다. 대우건설이 대야동 일대에서 분양 중인 ‘시흥 센트럴 푸르지오’는 지역 내 최고층인 최고 49층 높이로 들어서는 주상복합 아파트다. 대림산업도 인근에서 ‘e편한세상 시흥’을 선보인다. 전체 가구의 50%에 대림산업의 신평면 디하우스(D.House)를 적용한다.
준공한 지 오래된 아파트 비율이 77.35%인 동작구에는 ‘사당 롯데캐슬 골든포레’가 공급된다. 롯데건설이 사당2구역을 재건축하는 단지로 일반분양 물량은 562가구다. 입주 10년 이상 아파트 비율이 70.79%인 부산 동래구에서는 대림산업이 명장1구역을 재개발하는 단지 ‘e편한세상 동래명장’을 분양한다. 1384가구 중 832가구가 일반에 분양된다.
2010년 이후 신규 공급이 9000여가구에 불과해 노후 아파트 비율이 70%에 달하는 춘천시에서는 강원 최대 규모의 ‘e편한세상 춘천 한숲시티’가 분양에 나선다. 총 2835가구로 구성되며 실내수영장, 유아풀, 사우나 등이 마련된 고급 커뮤니티센터를 갖출 전망이다.
분양대행사 미래인의 홍명희 본부장은 “입주 10년 이상 된 아파트가 많은 곳은 지역 내 중심 주거지인 경우가 많아 지역민들이 생활권역을 크게 벗어나고 싶어 하지 않는다”며 “이런 지역일수록 잠재·대기수요가 풍부해 신규 단지 선호도가 매우 높다”고 말했다.
이소은 한경닷컴 기자 luckyss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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