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과 빈곤이 서로 밀접한 관계에 놓여 있다는 것은 누구나 잘 아는 사실이다. 넉넉지 못한 살림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는 사람도 있고, 과도한 의료비로 인해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일도 있다. 질병과 빈곤은 마치 하나의 고리처럼 서로 연결돼 악순환을 야기한다. 부족한 의료비를 충당하기 위해 주택을 처분하거나 전세금을 빼고 급기야는 금융회사 대출에 사채까지 사용하기도 한다. 복지욕구 실태조사에 따르면 이렇게 ‘메디컬 푸어(medical poor)’가 되는 이들이 2011년 기준으로 전국 70만가구에 달한다.
메디컬 푸어란 과도한 의료비로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하면서 결국 빈곤층으로 전락하거나 계속 빈곤층에 머물 가능성이 높은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예상치 못한 큰 의료비 지출도 문제지만 평생에 걸쳐 관리와 치료가 필요한 만성질환에도 대비해야 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보고서에 의하면 암과 같은 중증질환보다 고혈압, 당뇨와 같은 만성질환으로 메디컬 푸어가 되는 사례가 더 많다.
메디컬 푸어가 되지 않으려면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 일단 실손의료보험은 의료비 지출에서 가장 최소한으로 준비해둬야 할 안전망과 같다.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해 두면 질병으로 인한 각종 리스크에 손쉽게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유가 된다면 의료비로 거액의 목돈이 들어가는 것을 대비해 치명적 질병(CI)보험도 마련해두자. 여기에 입원 및 수술 보장 범위가 넓은 특약까지 추가로 준비하면 의료비 지출 때 더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어렵게 모아둔 노후자금을 병원비로 쏟아붓고 생활이 어려워지는 일은 없어야겠다. 예상치 못한 의료비 지출에 발목을 잡히면 그동안 꿈꿔온 행복한 노후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하자.
윤필경 <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책임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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