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석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세계에서 가장 바쁜 사람 중 한 명이다. 140여개국에 200여개 법인·지사와 33만명의 임직원을 둔 삼성전자를 경영하고 수십여개 삼성 계열사도 챙겨야 한다.
그런 그가 지난주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하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으로부터 출국금지 조치를 당했다. 당장 1월5일 미국에서 개막하는 세계 최대 전자쇼 CES 참석이 불가능해졌다. 이 부회장이 거의 빠짐없이 참석해온 행사다. 전자업계 트렌드를 읽기 위해 모이는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을 한곳에서 만날 수 있어서다. 2월 피아트크라이슬러를 자회사로 둔 이탈리아 엑소르의 이사회, 3월엔 중국 보아오포럼에 가야 한다. 모두 이사를 맡고 있을 뿐 아니라 전장업계, 중국 사정을 알기 위해 참석이 필수적인 자리다. 매년 4월 수십년간 열려온 일본 재계 주요 인사와의 신년 인사회도 올해는 건너뛸 수밖에 없게 됐다.
이 부회장뿐 아니다. 지난 몇 주간 이 부회장의 청문회 출석 준비에 전념해온 삼성의 ‘컨트롤타워’ 미래전략실은 특검 수사를 앞두고 일손을 아예 놨다. 한 미래전략실 임원은 “또 압수수색을 당해 다 빼앗길 텐데 무슨 일을 하겠느냐”고 했다. 세 차례 압수수색으로 더 이상 가져갈 게 없지만, 특검은 보여주기 차원에서라도 다시 압수수색을 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다 보니 계열사 곳곳에서 파열음이 생긴다. 삼성전자 부품(DS)부문은 지난주 조직개편을 했어야 했다.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사업 확대를 위해 사업팀을 사업부로 승격하기로 하고, 지난 몇 달간 거래처와 계약서를 조정하는 작업을 벌여왔다. 하지만 그룹 인사가 연기되며 조직개편도 ‘붕’ 떴다. 19일 열리는 삼성전자의 글로벌전략회의도 인사가 이뤄지지 않아 긴장도가 떨어질 것이라는 게 삼성 사람들 얘기다.
특검 수사는 중요하다. 국민적 관심이 쏠린 수사에 이 부회장도 협조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출금이 됐다. 출금은 국민 기본권을 제한하는 행정처분으로 최소한의 범위에서 취하도록 규정돼 있다. 출금 대상에는 최태원 SK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 수사가 이뤄질 향후 석 달간 한국 대표 기업들의 경영이 큰 차질을 빚지 않기만을 바란다.
김현석 산업부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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