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빅3 '면세점 삼국지'] '면세점 3차 대전' 숨통 트인 신동빈…숙원 푼 정지선…날개 단 정유경

입력 2016-12-18 18:20  

13개로 늘어나는 서울 시내면세점

면세점 강남시대 본격화…상권 지각변동
중국인 자유여행객 '싼커' 유치에 사활
유통 빅3 정면대결…차별화 전략 부심



[ 강진규 기자 ] 롯데면세점이 지난 6월 문닫은 잠실 월드타워점의 사업권을 탈환했다. 작년 7월 1차 면세점 대전에서 고배를 마신 현대백화점은 재수 끝에 면세 사업에 진출했다. 신세계는 작년 11월 2차 면세점 전쟁에 이어 이번 3차 면세점 입찰에서도 승리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의 면세 사업에 대한 강한 의지가 통했다는 분석이다.


단체 관광에서 개별 여행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는 중국인 관광객(유커)의 변화를 감지해 3개 업체 모두 중국인 개별관광객(싼커)이 몰리는 서울 강남권을 입지로 정한 점도 승리 요인으로 꼽힌다.

◆싼커 유치 경쟁력이 가른 승부

새롭게 면세점이 들어설 롯데월드타워와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센트럴시티 세 곳은 싼커에게 잘 알려진 관광지라는 공통점이 있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과 센트럴시티에 있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지난 10월 중국 국경절 연휴 때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각각 65.2%, 109.2% 증가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단체관광객이 잘 오지 않는 점을 고려하면 싼커들의 구매가 급증한 결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규 업체들은 사업계획서에도 싼커 유치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롯데면세점은 싼커가 좋아하는 한류 스타를 활용한 마케팅이 가능하다는 점을 계획서에 담았다. 현대백화점은 싼커가 도심공항터미널을 이용하면 입출국과 관광·쇼핑을 원스톱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신세계는 지난달 싼커가 주로 사용하는 중국의 간편결제 서비스 알리페이와 제휴하는 등 구매 편의를 높였다.

강남권에 세 곳의 면세점이 추가되면서 강북과 강남 간 균형도 잡혔다. 지금은 강남에 롯데면세점 코엑스점 한 곳만 영업 중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강남에 세 곳의 면세점이 추가되면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면세벨트가 완성됐다”고 평가했다.

◆유통 빅3, 면세업계서도 경쟁

백화점과 아울렛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쟁하고 있는 롯데와 현대, 신세계가 모두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를 취득하면서 ‘유통 빅3’의 면세점 경쟁도 주목받고 있다.

면세점 사업을 처음 시작하는 현대백화점그룹의 정 회장은 “기존 면세점과 차별화해 시장에 활력을 주고, 국내 면세점의 품격을 한 단계 끌어올리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신세계는 2년 연속 서울 시내면세점 신규 특허 취득에 성공하면서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이 양분하던 면세업계의 양강 구도를 깼다. 신세계는 신세계면세점 명동점, 부산 센텀시티점, 공항면세점에 이어 센트럴시티점까지 확보하며 업계 2위인 신라면세점 추격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정 총괄사장은 “신세계면세점 센트럴시티점을 사람들의 기억에 남는 ‘마인드마크’로 만들겠다”고 말했다고 회사 관계자는 전했다.

롯데는 월드타워점 특허를 다시 따내면서 신 회장이 지난 10월 그룹 경영혁신안을 발표하며 “면세점을 세계적인 회사로 키우겠다”고 공언한 것을 지킬 수 있게 됐다. 롯데는 월드타워점 영업 종료 후에도 매장을 그대로 유지한 장점을 살려 이르면 이달 영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은 내년 4월 롯데월드타워(제2롯데월드) 개장에 맞춰 매장을 1만7734㎡로 확대하면 롯데면세점 소공점을 제치고 면적 기준으로 국내 최대 면세점이 된다.

◆중기면세점 생존 가능할까

중소·중견기업 몫으로 나왔던 세 곳의 면세점 주인공도 가려졌다. 서울에서 선정된 탑시티는 신촌 민자역사에 면세점을 열 예정이다. 부산지역에서는 부산상공회의소가 설립한 부산면세점이, 강원지역에선 알펜시아가 특허를 따냈다.

유통업계에선 대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해면서 중기 면세점들이 고전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 2월 문을 연 중기면세점인 SM면세점은 올해 1~3분기 208억원의 적자를 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기업 면세점과 차별화하지 못하면 자본이 부족한 중기 면세점이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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