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한 주사기 꽂으면 기계가 바늘만 분리
미국·일본 등에 수출 추진
[ 이민하 기자 ]
병·의원에서 주사를 놓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의료 행위다. 약물을 몸속에 투여하거나 채혈해야 할 때 사용한다. 감염을 막기 위해 주사기와 주삿바늘은 한 번만 사용된다. 간호사가 일일이 주삿바늘을 빼내 폐기한다. 손으로 하다 보니 주삿바늘에 찔리는 사고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헤즈테크놀로지는 ‘2차 감염’을 막아주는 ‘자동 주삿바늘 제거기(NRI)’를 개발했다. 이 장비는 지렛대 원리를 이용해 자동으로 주사기와 바늘을 안전하게 분리한다.
◆주삿바늘 한 번에 ‘쏙’
국내 병·의원에서는 주삿바늘을 분리할 때 간호사가 직접 빼내는 게 가장 일반적인 방식이다. 플라스틱 바늘 폐기 용기 안에 있는 홈에 주사기를 걸어서 바늘을 버린다. 최아연 헤즈테크놀로지 대표는 “가족 중 병·의원에서 근무하는 보건의료인이 있어 2차 감염 사고의 위험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며 “주사기의 종류와 크기에 맞춘 안전장치 개발을 구상하게 됐다”고 말했다.
헤즈테크놀로지의 자동 주삿바늘 제거기는 투입구에 사용한 주사기를 꽂으면 기계가 알아서 바늘을 분리한다. 기기 전면부에 5인치 액정표시장치(LCD) 터치스크린을 통해 현재 상태와 바늘의 분리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폐기된 주삿바늘 숫자도 하루, 한 달 단위로 표시한다. 최 대표는 “주삿바늘을 절단하거나 녹이는 대신 압착고정한 뒤 기울여 바늘만 빼내는 최적의 방식을 찾아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제조 관련 특허·상표 등 지식재산권(IP)만 15개를 보유 중이다.
◆“원가와 성능 꼼꼼히 확인”
최 대표는 지난 2년여 동안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 최 대표가 의료기기 제조업 사업을 시작한다고 했을 때 만류하는 사람이 많았다. 경험이 부족한 31세의 초보 사업자가 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선입견 때문이었다. 첫 시제품을 만들 때만 해도 주위의 우려가 들어맞는 듯했다. 50만원짜리 부품을 500만원을 주고 사거나, 휴대용 제품인데 소재가 너무 무거워 들 수 없던 일도 있었다. 최 대표는 “부품업체나 제조업자들 말대로 만들고 보니 가격이 터무니없을 정도로 비싸거나 품질이 떨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며 “그때의 경험들 때문에 지금은 원가부터 완제품 성능을 하나하나 확인해야 안심이 되는 버릇이 생겼다”고 덧붙였다.
◆국내외 ‘러브콜’ 이어져
요즘 대전 대덕구 벤처타운 헤즈테크놀로지 본사에는 협력업체 다섯 곳 직원들까지 북적인다. 내년 초 납품을 목표로 신제품 최종 점검을 하고 있어서다. 지난 10월 참가한 의료기기 전시회에서 제품을 눈여겨본 국내 한 대학병원이 초기 물량으로 50대를 주문했다. 미국 일본 태국 말레이시아 등 해외 바이어들과도 상담 중이다.
최 대표는 “국내 개인·대학병원 10여곳에서 주문 의뢰가 들어온 상황이라 내년 상반기까지는 다른 일정이 어려울 정도”라며 “전용 생산공장 설립과 전문 인력 충원을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전=이민하 기자 mina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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